창원 옛 구암중 한편에 2018년 문 열어
도내 9개 행복마을학교 중심학교 역할
"학교-마을 잇는 교육생태계 확장 의미"

학교 주도 프로젝트 수립·운영 등 지원
중학생 자유학기제·고교학점제 운영도
학교 또는 마을에 필요한 장기과제 수행

경남교육청은 2017년 김해를 시작으로 도내 시군과 차례로 협약을 맺어 '행복교육지구'를 지정했습니다. '행복교육지구'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소통·협력을 기반으로 공교육을 새롭게 하고 지역교육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해부터 비로소 18개 시군이 모두 참여하게 됐습니다.

학교에 마을과 연계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마을배움터(마을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행복교육지구 주요 과제입니다. 예산은 교육청과 시군이 반반씩 부담하는데, 올해 교육청 쪽 예산은 경남도의회에서 절반이 삭감됐습니다. 행복교육지구 마을배움터가 지역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에도, 그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학교와 마을을 잇는 이 시도는 지역소멸 위기 대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자신이 사는 마을(지역)을 알거나 마을에서 배우는 과정은 한 사람이 성장해 지역에 자리를 잡고 살거나 이바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10차례에 걸쳐 마을배움터를 중심으로 경남지역 시군을 돌며 학교와 마을이 어떻게 호흡하는지 살피고, 지역소멸 극복 가능성도 엿봅니다.

 

지난 15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에 있는 경남행복마을학교에서 창녕 동포초 5~6학년 학생들이 목공 수업으로 책버티개를 만들고 있다. /이동욱 기자
지난 15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에 있는 경남행복마을학교에서 창녕 동포초 5~6학년 학생들이 목공 수업으로 책버티개를 만들고 있다. /이동욱 기자

마을배움터 가운데 교육청이 직접 운영하는 '행복마을학교'는 김해 3곳, 양산 2곳, 창원·밀양·하동·진주 각 1곳 등 모두 9곳이 있다. 마을교육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학생과 지역민 동아리, 체험활동 등을 지원하는 일종의 거점이다. 이 중 처음으로 문을 연 곳이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에 있는 경남행복마을학교다. 9개 행복마을학교의 중심학교이기도 하다.

◇폐교에서 싹튼 희망 = 2017년 옛 도심 공동화로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 구암중과 구암여중이 남녀공학으로 통합됐다. 구암중은 옛 구암여중 건물을 쓰게 됐고, 옛 구암중 건물에는 '미래 교육'을 실현하려는 4개 기관이 들어선다.

학생과 주민이 어우러지는 복합문화공간인 마산지혜의바다 도서관, 개인별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위탁형 예술중점학교인 창원예술학교, 1년 과정 고교자유학년제 학교(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인 창원자유학교. 그리고 2018년 4월 옛 구암중 한편에 자리를 잡은 경남행복마을학교다.

행복마을학교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정책으로 실현하고자 출발했다. 박경화 경남행복마을학교 센터장은 "학교에서 하기 어려운 요리, 커피, 목공 등 전문 수업을 예전에는 대학에서 했지만, 이제 마을학교에서 그 역할을 하는 셈"이라며 "학교-마을을 큰 학교로 보는 것이다. '모든 곳이 학교, 모든 사람이 선생님'이라는 인식으로 교육생태계를 확장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행복마을학교는 전체가 공유 공간이다. 학부모·주민 동아리에 공간이나 강사도 빌려준다. 다만 2018~2019년 건물 1~2층에 목공실과 제빵실 등을 갖추니 '체험기관이냐'는 물음표가 붙었다. 또 학생이 아닌 성인이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학생을 지원해야 하는데, 성인도 지원하는 문화센터냐'라는 오해에 휩싸이기도 했다.

도심 쇠퇴 과정에서 발생한 폐교에는 경남행복마을학교와 마산지혜의바다 등이 안착했다. 경남행복마을학교가 쇠락을 막는 대안이 됐는지 앞으로 여러모로 따져봐야겠지만, 학교는 물론 동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분명하다.

지난 15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에 있는 경남행복마을학교에서 창녕 동포초 5~6학년 학생들이 밴드 체험 수업을 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지난 15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에 있는 경남행복마을학교에서 창녕 동포초 5~6학년 학생들이 밴드 체험 수업을 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학교와 마을을 잇다 = 경남행복마을학교의 대표적 역할은 '학교와 마을을 잇는 협력수업 지원'이다. 학교는 목공·제빵·요리·도예·새활용(업사이클링)공예·밴드·댄스 등 7개 강좌를 기본으로 경남행복마을학교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수립한다.

학교별로 '나-학교-마을을 잇는 프로젝트', '지구 살리기 또는 지구 해열제(생태전환) 프로젝트', '앎을 삶으로 연결하기 꿈(진로탐색) 프로젝트' 등 각양각색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경남행복마을학교는 이 내용을 협의하고 함께 운영한다.

장연희 경남행복마을학교 중등파견교사는 "가장 먼저 학교에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지 묻는다"면서 "10개 학교가 참여하면 10가지 프로젝트가 운영되고, 거기에 맞춰 수업을 준비하기에 같은 분야라고 해도 세부 내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 교사는 "이제 하루짜리 체험을 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짧은 수업으로 많은 학생에게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했고, 한 단계 나아가려면 학교에서 원하는 것을 지원하자고 방향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에 있는 경남행복마을학교에서 창녕 동포초 5~6학년 학생들이 제빵 수업으로 비건버터를 만들고 있다. /이동욱 기자
지난 15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에 있는 경남행복마을학교에서 창녕 동포초 5~6학년 학생들이 제빵 수업으로 비건버터를 만들고 있다. /이동욱 기자

학교 1곳당 2~6차시로 일정을 잡아 학생 주도 프로젝트를 지원하는데, 올해 3~7월 창신중 등 11개 학교 115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15~16일 창녕 동포초 5~6학년 학생 100명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학교 교육과정인데, '우리 학교와 동네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면 목공 수업으로 학교 책꽂이를 만들고, 도예 수업에서는 동네 공원에 놓을 길고양이 밥그릇을 빚어낼 수 있다. 제빵 수업도 생태전환교육으로 비건버터를 만들어 지역민과 나누고, 공예 수업에서 돗자리로 앞치마를 만들어 지역 무료급식소에 기부한 사례도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구암중 한 학생은 "의자 만들기를 하면서 팔도 아프고 힘들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의자가 학교에 놓이는 것을 보니 너무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교사는 "학교와 마을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로 학생들의 공동체 의식이 강화되고, 학교와 마을을 생각하는 폭이 넓어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남행복마을학교는 코로나19로 끊겼던 학교와 마을의 관계를 다시 이어주는 일을 화두로 삼았다. '학교-마을 이음 프로젝트'를 수행한 셈이다.

경남행복마을학교는 지역사회 학습장이기도 하다. 구암중과 양덕중 등 2곳 학생 90명은 이곳에서 한 학기 동안 참여형 수업과 진로 체험을 하는 '자유학기제' 수업을 하고 있다. 구암고 학생 25명은 1년 내내 진로 탐색과 마을 연계 활동을 병행하는 '고교학점제' 과정을 밟고 있다. 경남행복마을학교는 이 같은 지역사회 학습장을 활용한 교육과정을 본보기 교재로 만들어 인근 학교에서도 쓸 수 있도록 배포할 계획이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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