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연 투쟁 돕다 기소된 오자와 타카시
이번엔 한국에서 일본으로 연대
노동인권 강화 추세에 반발하는 일본 사법부

한국산연 노동자들과 어깨를 결었던 일본 활동가가 오자와 다카시(75) 씨가 곤경에 처했다. 한국산연 해고 노동자들은 2022년 7월 노사 합의를 맺으면서 부당해고 문제가 해결됐다. 그러나 일본 사이타마지방검찰청이 오자와 타카시 씨를 폭행죄와 위력업무방해죄 혐의로 기소해 재판을 받게 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경을 넘어 힘없는 노동자를 위해 싸워줬던 그에게 받은 연대를 돌려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지난 16일 일본 사법부에 오자와 다카시 씨를 향한 탄압을 멈춰 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오자와 씨는 17일 오전 10시 일본 사이타마 지방법원 형사3부에서 재판을 받았다. 이날 재판부에 그의 무죄를 주장하는 여야 국회의원 68명(더불어민주당 57명, 국민의힘 1명, 정의당 5명, 기본소득당 1명, 진보당 1명, 무소속 3명)의 탄원서가 제출됐다. 

일본인 활동가 부부 오자와 타카시(왼쪽) 씨와 그의 아내 오자와 쿠니코 씨가 한국 여야 국회의원이 낸 탄원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오자와 쿠니코
일본인 활동가 부부 오자와 다카시(왼쪽) 씨와 그의 아내 오자와 쿠니코 씨가 한국 여야 국회의원이 낸 탄원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오자와 쿠니코

◇일본인 부부의 헌신 = 일본 산켄전기는 1973년 마산자유무역지역에 한국산연을 세웠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기업이라는 이유로 세제 감면 등 온갖 혜택을 누렸지만, 책임은 지지 않았다. 산켄전기는 2016년 3월 한국산연 노동자들을 해고했다가, 246일 만인 2017년 6월 해고자를 복직시켰다. 

산켄전기는 2020년 1월 한국산연 폐업을 선언했다. 한국산연 노동자들은 다시 거리로 나왔다. 그때 오자와 다카시 씨는 아내 오자와 구니코(72) 씨와 함께 ‘한국산연 노동자를 지원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아침마다 일본 사이타마현에 있는 산켄전기 본사로 찾아갔다. 한국산연이 노동조합과 어떠한 논의도 거치지 않은 채 문을 닫고, 노동자들을 전원 해고한 사실에 함께 분노했다. 휴대전화로 한국산연 노동자를 연결해 마이크를 가져다댔다. 일본인 활동가 부부의 도움으로 한국산연 노동자의 목소리가 일본 땅까지 닿았다. 

2021년 5월 10일 오자와 씨가 구속됐다. 그날도 어김없이 산켄전기 앞에서 한국산연 위장폐업 문제를 알리고,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그는 경남지방노동위원회가 한국산연 부당해고 사태에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전달하려고 했다. 

젊은 경비원 5~6명이 앞길을 막아섰다. 그들은 뒷짐을 지고 배로 오자와 씨를 밀어냈다. 이 과정에서 일어난 신체적 접촉이 문제가 됐다. 오자와 씨는 일흔을 넘긴 노인이었다. 검찰에 고령이라는 이유를 들어 보석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아내는 홀로 집에 남아 암 투병을 했다.

◇쟁의 행위냐, 폭력이냐 = 오자와 씨는 곧바로 경찰에게 체포됐다가 다시는 산켄전기 본사 앞에 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7개월 만에 풀려났다. 지금은 폭행죄와 위력업무방해죄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그는 “일본 검찰은 한일민중연대를 탄압하고 있다”며 “무죄 판결을 받아낼 수 있도록 힘을 내겠다”고 밝혔다. 

법원은 오자와 씨가 쟁의행위를 했는가를 놓고 다투고 있다.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일본 사이타마 지방법원에서 오자와 씨 무죄를 주장했다. 

김 부위원장은 “한국에서 한국와이퍼, 한국옵티컬, 아사히글라스 등 일본 외국인 투자기업이 부당한 결정을 내리자 일본 활동가들이 같이 싸워주고 있다”며 “우리는 한일연대를 이어가기 위해서,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미향(무소속·비례) 국회의원도 동료 의원에게 탄원서를 받아 힘을 보탰다. 윤 의원은 “해고된 한국 노동자를 위해 자기 일처럼 연대한 오자와 씨의 공로가 인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그는 노동조합의 연대 요청에 따라 정당한 노동쟁의 활동을 했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에서 외국인 투자기업의 만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청의 책임성을 강화해 노동인권 국제 규범을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독일은 올해 1월 공급망 실사법을 제정했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독일 외국계 기업에도 독일법을 적용하자는 내용이다. 산업안전 보호, 임금 미지급, 차별금지 등 11개 유형 인권침해나, 환경 규제를 어기면 처벌할 수 있다. 

장혜원 전국금속노동조합 국제국장은 “유럽도 외국인 투자기업에 노동 인권 책임을 강화하는 추세고, 일본 정부 부처도 지난해 9월 ‘책임 있는 공급망에서의 인권 존중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며 “이번 재판은 노동인권 국제 규범을 강화하는 흐름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 국장은 “70대 인권 활동가가 30~40대 경비원에게 유인물을 전달하는 과정을 폭행이라고 기소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일본 정부는 검찰에 노동인권 국제 규범을 숙지하도록 하고, 부당한 탄압을 멈추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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