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3주년이 되었다. 국가를 참칭한 군부 독재자가 국민을 잔혹하게 짓밟은 오욕의 역사를 씻어내야 하는데 경남은 아직 그 숙제를 마저 풀지 못하고 있다. 합천 일해공원 명칭이 그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일해는 군부독재자 전두환의 호이다. 그 이름이 붙은 공원을 그냥 두고서는 5.18민주화 운동을 기념할 명분은 없다. 그동안 공원 명칭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전 도민이 응원해 오욕의 역사를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합천에서 일해공원 이름 바꾸기 운동이 재점화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국가의 기본 이념임을 상기할 때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민 응원과 관심은 이 일을 추진하는 '생명의숲되찾기합천군민운동본부'에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번 43주년 기념일에는 5.18 유가족과 거창·함양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과 '일해공원 명칭 변경 촉구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는 그동안 일해공원 이름 바꾸기 운동을 평가하고, 앞으로 운동 방향도 밝혔다.

생명의숲되찾기합천군민운동본부는 지명위원회 개최, 주민발의 심의 등을 요구할 것이며, 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 감사 청구와 더불어 직접적인 주민행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여론수렴의 구체적 방안으로는 현재 국회에서 선거법 관련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처럼 합천군에서도 공원 명칭 공론화위원회를 구성·운영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합천군은 지역사회 여론을 수렴한 후 관련 내용을 검토한다는 기본적인 방침에는 변화가 없는데, 이는 구태의연한 대응에 지나지 않는다. 보수색이 강한 지역정서에 기대겠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합천군은 단체 간담회 이후 여러 경로로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며 이달 중으로 제3차 지명위원회 개최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이런 식으로 해서는 일해라는 이름을 지우기 어렵다. 국가에서 법으로 규정한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가치를 계승해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정서에 매달리는 모습은 오히려 지역 명예를 외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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