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구 사림동 주택가 골목 위치...공동 육아로 시작
아이들과 함께 배움의 장 거쳐 예술 활동까지 확대

“그럼, 이걸 체험으로 분류할까요?”

“문화기획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계속 쭉 할 거면, 동아리 형태로 하는 거면 이쪽으로 분류되어야 할 거고, 그냥 체험하는 거면 이쪽으로 가는 게 맞고.”

지난 9일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주택가 골목에 있는 사부작함께 책방. 반지하 넓은 공간 한쪽에서 여성 여섯 명이 전지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모두가 얼마나 적극적이던지 논의를 시작할 때 텅 비어있던 하얀 전지가 불과 30여 분 만에 각종 아이디어로 가득 차버렸다.

지난 9일 창원시 사림동 사부작함께 책방에 썰방모임 '통꽃' 회원 6명이 모여 '취약계층 문화기획'에 관해 회의를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지난 9일 창원시 사림동 사부작함께 책방에 썰방모임 '통꽃' 회원 6명이 모여 '취약계층 문화기획'에 관해 회의를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이들은 취약계층의 문화 활동을 어떻게 기획하고 진행할 것인지 논의하는 ‘썰방’ 모임 활동 중이다. 썰방은 창원시 예비문화도시사업으로 추진하는 시민협의체 대화모임 ‘문화썰방’을 말하는데, 책방에서는 ‘통꽃’이란 모임이 이를 진행한다.

이날 통꽃은 ‘취약계층 문화 활동’을 크게 ‘음악’, ‘미용’, ‘미술’, ‘책’으로 나눴다. 그리고 하나씩 돌아가며 세부적으로 활동 내용을 포스트잇에 적어서 붙여나갔다. ‘음악’에는 ‘공연 관람’, ‘작사·작곡’, ‘노래 부르기’, ‘음악 역사’, ‘악기’로 분류하고 다시 그 하위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토론하고 구체적인 활동 내역을 붙여나갔다. 일부 겹치는 내용은 분류된 구역의 중간쯤에 붙였다.

뭔가를 분류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애매하고 헷갈리는 내용을 만나면 고민하다가 시간을 흘려보내기 일쑤다. 그런데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니 고민 시간이 훨씬 줄어들었다.

지난 9일 창원시 사림동 사부작함께 책방에 썰방모임 '통꽃' 회원들이 '취약계층 문화기획'에 관해 회의하며 아이디어를 분류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지난 9일 창원시 사림동 사부작함께 책방에 썰방모임 '통꽃' 회원들이 '취약계층 문화기획'에 관해 회의하며 아이디어를 분류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그런데, 이런 논의를 왜 하는지 궁금했다.

“오늘이 세 번째 기획 회의인데 처음에는 대략적으로 하고 갈수록 세부적이면서도 실제로 활동 가능한 것을 추려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려는 거예요.” 회의를 이끄는 진미은(50) 씨의 대답이다. 다음 시간에는 프로그램에 넣을 내용을 투표하고 다시 그것을 세부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토론할 것이라고 한다.

썰방 ‘통꽃’ 구성원은 진 씨를 포함해 최정인(50), 이지은(43), 박은림(40), 이수경(42), 천영화(45) 씨다. 이 중 이지은 씨가 사부작함께 책방 대표이자, 이 장소를 마을 문화공동체 중심 노릇을 하도록 만든 인물이다.

“처음에는 공동 육아를 위해 운영되었어요. 그러다 함께 하던 분들이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뭔가를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런 프로그램도 마련하다 보니 점점 확대돼 마을 문화 공간이 되었죠.” 이 씨의 이야기다.

지난해 ‘우리동네 문화살롱’ 결과자료집을 보니 책방 공간에서 한 활동이 다양했다. 예를 들어 ‘예술인과 함께한 문화 활동’만 보면 수채 캘리로 템플러에 표현하기, 우리들의 자화상을 팝 아트로 표현하기, 레진공예로 작품 만들기, 헌책을 활용한 시계 제작, 자연물을 활용한 향나무 시계 만들기, 백드롭으로 표현하는 예술 작품 만들기 등등. 여기에 전시도 진행됐다. 자료집 사진으로 봐도 작품들이 전문가 못지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책방에서는 다양한 문화 활동도 기획하고 있다. ‘사격장 놀이터와 공원에서 문화랑 놀자’와 같은 자체 기획은 물론 ‘오가는 봄봄 봄바람 봄이 피다’ 등 다른 단체와 연합한 활동도 모두 이곳에서 시작했다.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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