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문인협회가 '2023박경리문학축전' 행사의 하나로 지난 13일 열릴 예정이던 안도현 시인 문학특강을 갑작스럽게 취소했다. 통영문협은 3월 초 안도현 시인과 특강을 계약했는데, 안 시인은 4월 중순께 문재인 전 대통령 거주지 마을에 연 '평산책방' 대표가 되었다. 일부 시민들이 안 시인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았고, 이를 언론사 관계자가 시에 전달했다. 통영시는 강연장 행사 방해 등의 우려를 통영문협에 전달했고, 통영문협은 행사 전날인 12일 급하게 이사회를 열어 특강 취소를 결정했다. 갑작스러운 결정 탓에 시민들이 헛걸음을 하기도 했다.

안 시인이 '평산책방' 관계자라는 이유로 특강을 취소한 것은 잘못이다.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정치적 이유로 취소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정치색으로 문화계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투표에서 드러나듯 시민들의 정치적 견해차는 당연하다.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문화예술인 작품을 감상하고 경청할 만한 의견이 있으면 수용하면 된다. 정치적 입장을 이유로 의견 교환을 거부하는 것은 견해의 다양성이 가진 민주주의 장점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강연 취소는 일부 시민 주장이 지자체 문화 행정에 관철된 나쁜 선례를 남겼다. 통영시가 일부 시민 주장을 여과 없이 문협에 전달했고, 문협은 특강 행사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통영시 입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통영시는 문제 제기가 일부 있더라도 임박해서 강연을 취소시킬 것이 아니라 다음 행사 결정 과정에서 검토하는 식으로 대처해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를 유달리 강조하고 있다. 군사독재 시절 검열이라는 암흑을 벗어나 1987년 민주화로 정치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확립된 것이야말로 오늘날 한류문화가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가는 원동력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 작성을 통해 진보 성향 문화예술인을 지원사업에서 배제한 일은 문화계의 큰 상처였다. 현 정부에서 일부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니 우려스럽다. 정부와 지자체 문화사업 지원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보편적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