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 후 찍은 건물 사진 정리하면서 예전 설계 작품 총망라
건축물 정보, 설계 공모작, 모형 및 스케치 포함 연표도 작성

창원 시내 건축물 사진들로 가득한 좀 독특한 책이 나왔다. ㈜유엔에이건축사사무소가 발행한 <설계기록>이다. 말하자면 이 건축사사무소가 지금까지 설계하고 지은 집을 집대성한 291쪽짜리 자료집이다. 여기에는 건축하지 못하고 설계로 끝난 집들도 들어가 있고 설계과정에서 모형화했던 자료도 포함되어 있어 다양한 건축 형태와 설계 아이템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책 발행을 주도한 신삼호 유엔에이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를 22일 창원 문성대 안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어떻게 이런 기록들을 책으로 만들 생각을 하게 된 걸까.

신삼호 건축사가 22일 창원 문성대 안에 있는 유엔에이건축사사무소 자신의 사무실에서 최근 발행한 <건축설계> 자료집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신삼호 건축사가 22일 창원 문성대 안에 있는 유엔에이건축사사무소 자신의 사무실에서 최근 발행한 <설계기록>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건축주의 의뢰를 받아 설계하고 시공이 끝나면 건물 사진을 찍어 자료로 남겨요. 사진작가가 그걸 맡아서 합니다. 그런 자료가 쌓이다 보니 모아봐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설계했던 건축물에 관한 자료는 남아 있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촬영 장비를 사고 촬영법을 배워서 우리가 설계했던 건물을 찾아 일일이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어요. 그렇게 1년에 걸쳐 작업하다 보니 분량도 꽤 됐고 자료집으로 만들어 놓으면 활용 가치도 있겠다 싶었어요.”

자료집 속에는 133점의 건축물 정보가 들어있다. 이 중에는 준공건축물과 현상설계 공모 출품안, 건축 계획안과 모형 및 스케치도 있다. 책 뒤쪽엔 용도별 그리고 지역별로 건축물 연표를 색인해 놓았다.

신 대표는 발간사를 통해 “더러는 지난날 호기 넘쳤던 유치한 디자인 때문에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며 “내 인생의 전부였던 건축설계 여정을 돌이켜 보는 반성적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함께 책장을 넘기며 대화를 나눴다. 사림동 협성루에나, 상남동 SH빌딩, 합성동 CGV마산 리모델링, 신월동 커피산,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진해신항중학교, 마산대 미래관, 김해봉황초등학교, 팔룡동 수소충전소, 오동동 평화의 소녀상 부대시설, 창원문화원, 용호상업지역 문화의 거리, 경남연구원, 창원YMCA 등등 때로 직접 드나들기도 했고 지나다니며 보던 건물들이 신 대표가 설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창원YMCA는 창원청소년생태체험정보센터로 지어진 건물인데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입니다. 옥상을 식물이 자라게 흙을 깔고 태양광 집광판을 정남향으로 각도를 틀어 설계했죠. 그리고 주차장 바닥은 아스팔트가 아니라 식물이 자랄 수 있게 한 블록을 사용해 친환경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게 2009년 대한민국 생태환경 건축대상제에서 우수상, 경남도에선 은상, 창원시에선 대상을 받았죠.”

2015년에 설계한 진해 삼포 유스호스텔은 설계 단계에서 끝나 아쉬움이 크다. 지형을 잘 살려 멋진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건축주의 사정으로 시공도 못 하고 중단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가 앞서 말한 책의 효용가치는 뭘까.

“미학적이거나 친환경 설계가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실용적인 가치에 중점을 두고 건축주의 요구에 맞춰 설계한 작품들입니다. 집을 지으려 하는 사람이나 건축사, 또는 배우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자료집이 될 것입니다.”

일반 독자들 읽을거리로 만든 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책장을 넘기면서 살고자 하는, 혹은 짓고자 하는 건축물에 대한 영감만 얻게 되어도 이 책의 효용 가치는 충분할 것 같다. 책값이 3만 5000원으로 만만찮다.

“수요자가 한정되어 있겠지만 필요한 사람이 서점이나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게 책값을 매겼어요.”
책 출판은 불휘미디어가 맡았다. 6월 2일 오후 6시 30분 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UNA건축 30년을 되돌아보다’라는 제목으로 북토크(출판기념회)가 열린다. 허정도 경상남도 총괄건축가를 좌장으로 조용범 건축사, 이강주 창원대 교수, 신건수 경남대 교수가 북토크에 참여한다. 소프라노 정혜원의 축하공연도 있다.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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