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인파 몰려 교통·주차 마비 혼란
부정적 이미지 쇄신할 장기 대책 세워야

함안 낙화놀이. 군민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로 매년 부처님오신날 무진정에서 열리는 지역 고유 민속놀이다. 조선 선조 때 함안군수로 부임한 한강 정구가 시작했다는 이 낙화놀이는 무진정 연못 위로 줄을 쳐 연등을 달고, 연등과 연등 사이에 참나무 숯가루로 만든 낙화봉을 매단 뒤 불을 붙이면 물 위로 불꽃이 날리면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2000년대 함안면과 마을주민들이 '함안 낙화놀이보존회'를 만들면서 매년 재현행사를 열고 있다. 이런 노력에 2008년 10월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33호로 지정됐다.

올해도 지난 27일 함안 낙화놀이 공개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반나절 만에 전국적인 원성을 듣는 행사가 돼 버렸다. 엄밀히 말해 함안군이 비난의 대상이지만, 당분간 낙화놀이는 함안을 떠올리는 부정적인 단어가 될 듯하다.

사실 관광객 불만은 당연했다. 행사장은 진작부터 차량과 사람들로 대혼란이 벌어졌고, 함안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물론 동네 샛길까지 차량으로 막혀버렸다. 군은 재난문자를 보내 조속한 귀가와 방문 자제를 당부했지만 이미 가야읍 시가지는 통제할 수 없을 정도가 돼버린 뒤였다. 애초 군은 낙화놀이에 2만 명 정도가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날 5만 명 이상이 함안을 찾은 것으로 소방당국 등은 집계했다. 더구나 도로가 막혀 함안 근처에도 와 보지 못하고 돌아간 방문객까지 합한다면 그 숫자는 훨씬 많았다.

군은 부랴부랴 행사 다음날 군수 이름으로 사과문을 내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여전히 홈페이지에는 방문객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역사문화도시로 관광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내세우는 함안군으로선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9월이면 가야시대 고분군인 말이산고분군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확실한 상황에서 고분군으로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겠다던 군 전략마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만큼 군으로선 큰 과제를 안았다.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군이 대책을 찾겠지만, 무진정 협소한 장소가 문제라면 무진정만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도 생각하면 좋겠다. 1889년 함안군수를 지낸 오횡묵이 쓴 <함안총쇄록>에는 함안읍성 전체에서 낙화놀이가 열렸다는 기록도 있다. 유료와 무료행사로 나눠 무진정과 다른 곳에서 동시에 낙화놀이를 해보면 어떨까? 물 위로 떨어지는 불꽃이어야 한다면 함안테마파크도 고려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함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릴 줄 몰랐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럼에도, 고작 몇만 명 방문에 가야읍 일대가 마비되는 교통·주차 대책으로 군이 앞으로 무슨 행사를 할 수 있을까? 군수가 사과문에서 밝혔듯이 이번 행사를 반면교사 삼아 장기적인 대책으로 가야읍 시가지 교통대책을 세웠으면 한다. 그래서 수십만 명이 함안을 찾아 아름다운 추억을 쌓는다면 이번 혼란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하청일 자치행정2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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