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시행사 대표 대출금 가지고 잠적
군 채무 보증으로 수백 억 원 변제할 수도
군 부실계약 책임 묻는 여론 뭇매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건립사업이 좌초 위기에 몰렸다. 민간 시행사 대표가 거액 대출금을 가지고 잠적해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채무 보증을 선 합천군이 최대 3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변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합천군은 1일 합천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건립사업 관련 상황을 설명했다. 박민좌 기획예산실장은 "지난 3월 시행사가 추가 대출을 위해 사업비 증액을 요구해 검토 중에 일부 과도한 지출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이를 확인하고자 대표와 연락을 취하는 중 4월 19일부터 연락이 되지 않고, 소재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실장은 "실시협약 해지 사유가 발생함에 따라 1일 자로 시행사에 협약해지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시행사 대표가 거액의 대출금을 횡령한 것으로 간주하고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합천군이 1일 합천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건립사업 관련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태섭 기자
합천군이 1일 합천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건립사업 관련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태섭 기자

 

합천영상테마파크 조성사업은 합천영상테마파크 1607㎡(486평) 터에 민간자본 590억 원(대출금 550억 원, 시행사 자부담 40억 원)을 들여 전체면적 7336㎡(2219평) 지상 7층, 200여 객실 규모 호텔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시행사 모브호텔앤리조트(옛 합천관광개발)가 호텔을 지어 군에 기부채납한 뒤 20년간 운영권을 맡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OT) 방식으로 추진됐다. 지난해 10월 공사가 시작돼 터 파기 공사 중에 중단됐다.

민간 시행사 대표가 횡령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출금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금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건설이나 대형사업 등 특정 프로젝트와 관련해 미래에 발생할 현금 흐름을 담보해 프로젝트 수행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기법이다. 현재 합천군에서 파악하고 있는 횡령 금액은 200억 원 이상 최대 290억 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군과 시행사가 맺은 실시협약에 따라 대출금을 세금을 들여 변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 소송에서 패할 경우 합천군에서 대출원금을 비롯해 소송 기간 이자·소송비용 등 최대 300여억 원을 배상해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터 파기 작업 중 공사가 중단된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건립사업 현장 /김태섭 기자
터 파기 작업 중인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건립사업 현장 /김태섭 기자

 

군은 전문 변호인을 선임해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시행사 등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고자 31일 시행사 대표를 비롯해 관계자 4명을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경남경찰청에 고발했다. 또한, 앞으로 진행될 대출금 채무 보증과 관련해 법률적 대응에 나서 피해를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사태가 불거지자 합천군에 책임을 묻는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안전장치 없이 불합리한 협약을 체결해 손해를 끼친 담당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군과 시행사가 실시협약을 맺은 시기는 2021년 9월 7일로 민선 7기 문준희 전 군수 때다. 같은 해 12월 8일 시행사가 제출한 550억 원 규모 PF 대출 자금조달계획을 군이 승인한 바 있다.

군은 시행사 법적 대응과는 별도로 사업 전반에 걸쳐 공무원들의 위법한 사실이나 부적절한 행위가 없었는지 상급기관에 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특히, 부군수를 위원장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의혹 해소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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