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파출소 경찰관 10명 중 4.6명 50대
경찰서 업무 기피하는 젊은 경찰관
기동력과 연륜 녹여낼 방안은?

지구대와 파출소가 늙어가고 있다. 올해부터 의무경찰 제도를 폐지하면서 신임 경찰관은 기동대에서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 '연령대 불균형 현상'이 뚜렷해지는 흐름인데, 치안 현장에서 젊음이 주는 기동성과 경험에서 나오는 연륜이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 

경남경찰청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5월 기준 50~59세 경찰관 비율이 35.4%(2591명)로 가장 많다. 30~39세 30.9%(2259명), 40~49세 22.2%(1629명), 20~29세 9.5%(698명), 60세 2%(149명) 순이다.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관 연령대도 50~59세가 43.5%(1306명)으로 가장 많다. 60세도 3%(91명)다. 지구대·파출소 경찰관 10명 가운데 4.6명이 50대 이상인 셈이다.

◇경찰 연령대 불균형 =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관은 현장을 가장 먼저 접한다. 치안 수요가 적어 하루 한 번도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곳도 있지만,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강력 범죄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게 지구대와 파출소다.

50대 경찰관 ㄱ 씨는 "젊은 경찰관이 있으면 각종 사건·사고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 근무 경력이 많은 선임도 함께하면 노련한 대처가 가능하다"며 "순찰팀장이 이런 점을 고려해서 2인 1조 편성을 하려고 해도 젊은 경찰관이 부족해 50대 경찰관끼리 순찰을 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구대·파출소가 늙어가는 이유는 뭘까. 젊은 경찰관이 지구대·파출소 근무를 꺼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찰서보다 업무 구조가 단순하고 근무 일수도 적어 지구대·파출소 근무를 선호하는 편이다.

20대 경찰관 ㄴ 씨는 "치안 수요가 적은 지구대나 파출소에 가면 자기 계발이나 승진 준비를 하기 좋다"며 "휴일근무수당, 출동 수당 등 신청할 수 있는 수당도 많아서 지구대·파출소에 근무하고 싶어 하는 동료도 봤다"고 밝혔다. 

인사철이면 인사이동 대상자가 지역경찰 담당에게 근무지를 고려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치안 수요가 적은 파출소는 인기가 많다. 결과적으로 지구대·파출소로 갈 젊은 경찰관이 없는 게 아니라 받을 자리가 없는 셈이다.

올해부터 경남경찰청에서 의무경찰 복무 제도가 폐지된 탓도 있다. 대신 신임 경찰관은 1년 이상 기동대 근무를 해야 한다. 기동대는 시위와 진압, 방범순찰, 교통정리, 실종자 수색 등을 맡는다. 

경남경찰청 기동대는 모두 4개로 20대, 30대 경찰관이 많다. 30~39세가 54.5%(228명)로 가장 많으며, 40~49세 21.2%(89명), 20~29세 18.1%(76명), 50~59세 6.2%(26명), 60세는 없다. 

40대 경찰관 ㄷ 씨는 "나이가 드신 분들은 기동대를 하기에 벅차서 젊은 경찰관들이 할 수밖에 없다"며 "연령대 조화가 큰 숙제이기는 한데 강제로 안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연령대 조화 이루려면? = 경찰 연령대 조화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되리라고 보는 관점도 있다. 앞으로 퇴직자가 생기면 그만큼 신규 인력이 들어와 인력 순환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경남경찰청 경무과 관계자는 "1990년대 초반 경찰관을 많이 선발했는데 당시 채용된 이들이 퇴직 연령을 앞두고 있다"며 "경찰관 정원이 정해져 있기에 퇴직자가 생기고 나면 자연스럽게 젊은 경찰관이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초반은 노태우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한 시기다. 정부는 당시 부족한 치안 수요를 메우려고 경찰관 채용 인원을 대폭 늘렸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과거와 다르게 경찰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주는 안정성이 크다 보니 퇴직도 안 하면서 조직이 노령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자치경찰제도가 시행되면 치안 서비스도 늘어나기 때문에 젊은 경찰관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당장 문제점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만, 인위적인 인력 교체가 필요한 시기가 올 수도 있다"며 "특정 시기에 명예퇴직 제도를 이용하면서 신규 채용 인원을 확대해서 인력 순환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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