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도 지났는데 웬 독감? 인플루엔자 A·B형 유행…각기 다른 바이러스 감염 가능

콜록콜록. 열이 나거나 기침을 하는 사람이 많다. 병원에 가면 대기 환자 수가 어마어마하다.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의사는 "평소 2배 이상 환자가 왔는데 전부 독감환자"라고 토로했다.

병원마다 독감 환자가 넘쳐나는 바람에 입원실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일 정도다.

한겨울도 지났는데 웬 독감?

창원 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마상혁 과장은 "설날 연휴 병원 응급실에 신종플루 유행 때 준하는 환자가 밀려들어왔다"며 "우리나라 독감은 예전에는 12월 말 유행을 시작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1월 유행을 시작해 5월까지도 환자가 발생한 특성이 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도 지난달 중순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하며 "2월 중 유행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4월까지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마 과장과 질병관리본부의 도움말로 독감, 즉 인플루엔자와 항바이러스제제인 타미플루에 대해 알아본다.

창원 파티마병원 마상혁 과장. /이원정 기자

◇여러 번 앓을 수도 있어

고열에 시달리다 병원 응급실에 간 30대 후반 ㄱ 씨에게 의사는 "인플루엔자 A"라고 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ㄴ 씨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옮아온 감기가 심해 병원에 갔더니 신종플루라고 한다"며 회사에 월차를 냈다.

ㄷ 씨의 아이는 '독감'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인플루엔자A 등은 모두 '독감'으로 통칭된다.

인플루엔자 병원에는 A·B·C형이 있다.

마 과장은 "인플루엔자 A형에는 H3N2, H1N1이 있고, B형이 또 있다. H1N1은 예전에 신종플루 바이러스라고 알려진 것이다. 이제는 그냥 독감이라고 한다. 주로 A형과 B형이 유행한다"며 "이렇게 바이러스 종류가 하나가 아니고 많기 때문에 독감을 2~3번 앓을 수 있다. A형 중 H1N1에 감염 후 H3N2, B형에 또 감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A형과 B형이 함께 유행하고 있으며, A형과 B형의 증상은 비슷하다고 일선 의료진은 전했다.

◇잠복기는 1~4일

흔히 보이는 독감 증상은 갑자기 발생하는 고열과 기침, 콧물, 인후통, 근육통 등이다. 즉 증상으로만 보면 심한 감기몸살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감기와는 다르다. 감기는 다양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호흡기질환을 말하고, 인플루엔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감염되는 질환이다.

아이들의 경우에는 열성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성인과는 달리 오심, 구토, 설사와 같은 위장관 증상이 동반될 수도 있다.

아이가 열이 나지만 해열제로 잘 조절되지 않으면 독감을 의심해봐야 한다.

인플루엔자의 가장 흔한 합병증은 폐렴이다. 이외에도 심근염, 뇌염, 라이증후군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만성기관지염이나 만성호흡기질환, 만성심혈관계 질환은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악화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보통 1~4일 정도 지나면 증상이 나타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환자 나이에 따라 전염기간에 차이가 있는데, 성인은 대개 증상이 생기기 하루 전부터 증상이 생긴 후 5일까지 전염력이 있으며, 소아는 증상 발생 후 10일 이상 전염력이 있는 경우도 있다.

감염은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된다. 환자가 기침을 하면 거기에서 나오는 콧물, 침 등을 통해 전파된다. 전파력이 강해 쉽게 옮겨지는데, 학교, 유치원, 직장 등에서 환자와 접촉 시 잘 생긴다. 가족 내 전파가 잘 돼 한 가족이 모두 아픈 경우도 있다.

마 과장은 열이 3일 이상 나는 경우, 호흡곤란이 있는 경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불편함이 있는 경우 병원에 꼭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병원에 가면 대표적으로 하는 독감 검사가 신속항원검사이다. 간이항원검사라고도 한다.

환자의 코 속으로 얇은 면봉을 넣어 점액을 채취, 검사 시트지를 통해 인플루엔자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로, 말 그대로 15분 정도만에 신속하게 인플루엔자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오더라도 독감이 아니라고 100%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열과 기침, 통증과 같은 임상 증상이 있으면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도 독감일 수 있다.

◇타미플루 처방은 상태 따라

몇 년 전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약이 항바이러스제제인 '타미플루'이다.

타미플루는 어떤 약일까.

마 과장은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이 아니다.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서 증식을 하게 되는데,이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몸 안에 바이러스 양이 늘어나지 않도록 해 증상을 가볍게 하는 기전을 가졌다"며 "타미플루는 증상 발현 48시간 이내에 먹으면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48시간이라는 의미는 48시간이 지나면 바이러스 증식이 활발하게 돼 몸 안에 이미 바이러스 양이 많으므로 치료약으로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미플루는 최고 5일 정도 처방 받는다.

그렇다고 타미플루만 믿고 있으면 안 된다.

마 과장은 "독감은 고열과 근육통 등으로 고생하게 되며, 따라서 먼저 적절한 해열진통제를 사용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타미플루가 통증을 완화하거나 해열작용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해열진통제 사용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고열이 독감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이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고열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발열이 없고 기침과 콧물 등의 가벼운 증상만 있는데, 검사에서 독감 양성 반응이 나오는 경우에는 굳이 항바이러스제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이때는 감기약만 잘 먹어도 호전된다.

이처럼 독감이라고 타미플루 복용이 필수인 것은 아니다.

65세 이상, 면역 저하자, 대사 장애, 심장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당장 타미플루를 먹지 않아도 된다.

마 과장은 "독감이라도 건강한 사람은 타미플루를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회복되지만, 사용하면 증상 회복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고위험군은 5일 동안 복용해야 한다"며 "38도 이상의 발열과 기침과 같은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보이면 독감이 아니라도 타미플루 복용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며 고 설명했다.

마 과장은 "독감은 저절로 좋아지는 병이기는 하지만, 고위험군에서는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단초가 되는 질환이다. 지역별로 독감 감시체계를 만들어 지역적인 역학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며 "독감이 유행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신종플루나 메르스 유행 때처럼은 아니더라도 환자가 단체활동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열이 펄펄 나도 학교에, 어린이집에 가는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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