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도시 울산은 지속 가능할까?" 경남대 사회학과 양승훈 교수가 쓴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가 던진 화두다. 이를 통해 결국 제조업과 수출을 기둥으로 성장해 온 한국 경제가 왜 성장 동력을 잃고 위기에 빠졌는지를 살펴보려는 것이다.양 교수는 거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에서 5년간 일하면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산업도시 거제, 빛과 그림자〉(2019)를 썼었다. 거제에서 유토피아 이야기를 했다면, 울산에서는 디스토피아란 개념으로 산업 구조를 면밀히 다뤘다. 울산은 조선·자동차·석유화
◇명작의 탄생 = 오랫동안 신문사에서 문화유산 담당 기자로 일하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수많은 작품들을 만나온 이광표 서원대 교수가 쓴 명작 이야기. 정약용이 남긴 글씨와 종교적 색채가 담긴 불상, 일상 속 예술에 가까웠던 백자 달항아리부터 잘 알려진 반 고흐의 작품까지 다양한 예술 범주의 작품이 명작이 된 과정을 살펴본다. "이 도난 사건은 '모나리자'에 엄청난 스토리를 축적시켰고 영원한 의심을 가져왔다. 도난은 스토리를 낳고 스토리는 의심을 낳고 또 다른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다채로운 풍자와 패러디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커스티는 다 알아 = 영국 작가이자 언론인 애널레나 매커피가 지은 일상의 실망을 초월하는 멋진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 "현실이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는 그 안에서 살길을 찾아갑니다. 모든 아이가 언제나 부모를 자랑스러워하는 건 아니고(부모를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요!) 모든 아이가 괴롭히는 아이에게 대차게 맞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아이는 정면 그대로 부딪치지만 또 어떤 아이는 커스티처럼 공상으로 마음의 위로를 얻기도 할 겁니다." 앤서니 브라운 그림. 김서정 옮김. 40쪽. 논장. 1만 4000원.◇작지만 대단해! - 씨
창원 한 고등학교 교사가 쉽게 풀어쓴 미학 입문서를 냈다.주인공 김요섭(44) 교사는 학교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치지만, 지역 인문학 단체에서 꾸준히 미학 강독을 진행해 왔다. 이를 토대로 최근 를 발간했다. 부제는 '아름다운 존재가 되는 미학 수업'이다.김 교사는 2009년부터 동료 교사나 인문학에 관심 있는 지역민을 대상으로 독서 모임을 열었다. 2012년부턴 아예 '이음'이란 인문학 공간을 만들어 꾸려왔다. 그는 이곳에서 이뤄지는 소모임을 통해 철학이나 문학, 예술 등을 공부해 나갔다. 3년 전부터
거리를 어슬렁거리다 길을 잃어 본 경험 없이 우리는 어딘가를 제대로 여행했다고 할 수 있을까. 여행작가 변종모가 최근 낸 은 어쩌면 의도적으로 길을 잃고 싶은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인지도 모른다."가끔 길을 잃고 싶을 때가 있다. 늘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혹은 내가 의도하지 않은 시간에 누군가에게 이끌려 다닐 때. (중략) 향신료 냄새가 안개처럼 자욱한 골목의 끝에서 새벽의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지면 이대로 영영 돌아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괜찮을 마음으로 말이다. 내가 도착한 곳은 끝내
◇그럼에도 육아 = 변호사이자 소설가, 에세이스트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글을 쓰는 정지우 작가의 육아 에세이. "그 시절을 다시 살아내라고 하면, 솔직히 자신은 없다. 고생스러웠던 건 사실이고, 하루하루 아내의 우울과 수면 부족과 체력 부족으로 인해 일종의 거대한 '늪' 속에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사실 그런 기억은 거의 희미해졌다. (중략) 힘겹다고 항상 불행한 건 아니었다. 아이가 처음 기어다니고, 일어서서 걷고, 침대를 굴러다니며 함께 장난치고 웃던 날들은 '불행했다'라는 단어 하나로 덮어버릴 수 있는
◇선생님, 있잖아요 =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특히 1학년 담임으로 평생을 헌신해 온 엮은이가 아이들의 글을 모아 펴냈던 40년 전의 책을 재단장하여 다시 출간한 책. "가족, 선생님, 친구들과 나눈 짧은 이야기 또는 집과 학교에서 겪은 일이 전부인, 사진이나 기록이라도 없으면 기억나지 않을 날이 대부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이 잊어버린 흔한 나날 속에서 새록새록 무언가를 발견하곤 한다." 가시마 가즈오 엮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김윤수 옮김. 112쪽. 주니어김영사. 1만 4800원. ◇마음이란 무엇일까? = 누구
바야흐로 봄이다. 창원에서 활동하는 원은희(64) 시조시인의 시조집 에도 봄은 앉았다. 지난겨울에 나왔으나 오히려 지금 더 읽을 맛이 나는 작품들이다."눈 덮인 겨울 언덕을 눈으로 밀어내자/ 수런대던 거실 한켠 햇살 바른 언덕 차지다/ 겨우내 눈 받아낸 바닥이/깨어나고 있었다" ('더디게 오는 봄' 전문)시인이 이후 20년 만에 발간한 두 번째 시조집이다. 20년 동안 더디게 찾아온 까닭일까, 시인은 마음껏 계절에 몸을 맡긴다."흙냄새 햇빛 냄새에/또 취하고 말았나 봄/연두 자국 번져 나와/천
"선생님, 포켓몬 책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데 여기는 왜 한 권도 없어요?" 어느 날 포켓몬을 좋아하는 초등학교 1학년 영찬이가 쉬는 시간에 학교 도서관을 찾았다."그럼 영찬이는 동물에 대해서 잘 알겠네? 동물 책을 포켓몬 책처럼 읽으면 포켓몬이라는 동물에 대해서 더 전문가가 될 수 있겠다. 어때?"이 말에 영찬이는 이후 동물 책이 가득한 '순수과학' 서가를 자주 찾게 됐다. 진주 한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일하는 김규미(46) 사서가 최근 낸 에는 이런 학교 도서관 이야기로 가득하다. 김 사서는
김은정 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쓴 은 문학 작품을 통한 묵상이자 일종의 신앙고백이다. 꼭 신자가 아니라도 독자는 김 교수가 풀어놓는 이야기를 통해 삶을 돌아보고 용기와 위로를 얻는다. 실제 '아' 하고 고개를 크게 끄덕일만한 내용이 가득하다.예를 들어 작가 박완서가 아들의 죽음을 겪으면서 기록한 일기를 모은 에서 고통과 슬픔에 몸부림 치던 박완서를 구원한 '주님의 한 말씀' 이야기를 소개한 부분을 보자."'주님은 왜 하필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시나?'라고 원망할 게 아니라 '왜 나라고 이런
◇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 = 147년 역사를 지닌 일본 도쿄 진보초 책방 거리. 일본 근대화 이후 오랜 시간 진보초에 자리 잡은 유서 깊은 서점,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된 젊은 서점 등 18곳을 찾아가 그들이 만든 역사와 지속 가능한 비결을 듣고 기록한 책. "진보초의 역사와 매력을 연구하는 미국인 지인은 처음 진보초에 갔을 때 동네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서점 같다고 생각했단다. 서점 한 곳 한 곳은 거대한 서가, 골목길은 서가에서 서가로 이동하는 통로. 책 구경하다 지치면 커피 한잔 마실 가게, 음식과 술이 맛있는 가게. 책을
"소녀 취향은 나를 문학적으로 성장시켰다. 이제는 이것을 받아들이기로 한다."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있는 이주라 문화평론가는 그의 책 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책에는 주말 아침 TV에서 방영하던 만화영화, 학교에서 선생님 몰래 읽던 연애 소설, 밤 열 시 가족과 함께 보던 드라마 등 이른바 '소녀 취향' 여성 서사를 통해 여성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형성해 온 과정이 담겼다.예를 들어 저자는 고전 을 원작 소설과 영상으로 재생산된 영상물을 토대로 분석한다. 원작은 캐나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
◇나는 똥이 좋아 = 소똥구리 더기는 '똥'을 좋아하는 자신의 특별한 식성을 친구들에게 숨기고 있다. 그의 똥 도시락도 놀이터에 감추고 몰래 먹는다. 과연 더기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친구들 앞에서 드러낼 수 있을까. "멋있어 보이는 벌레 친구들처럼 되고 싶은 소똥구리 더기는 인기와 관심을 쫓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친구들의 동조 압력 앞에 진실을 밝힐지 말지 갈등하는 더기의 상황은 우리 아이들이 학교 안과 밖에서 마주하게 되는 일들일지 모른다." 마크 펫 지음. 김소정 옮김. 44쪽. 두레아이들. 1만 4000원.◇라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가 쓴 에는 남성이 대다수인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10명이 등장한다. 김지나 화물 노동자, 김신혜 플랜트 용접 노동자, 김혜숙 먹매김 노동자, 신연옥 형틀 목수, 권원영 건설 현장 자재 정리 및 세대 청소 노동자, 정정숙 레미콘 운전 노동자, 하현아 철도차량정비원, 황점순 자동차 시트 제조 공장 노동자, 안형선 주택 수리 기사, 이아진 빌더 목수가 그들이다.책 부제는 '힘 좀 쓰는 언니들의 남초 직군 생존기'다. 박 기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 책을 내게 된 이유를 이렇
'2024 창원의 책'으로 일반 및 청소년 부문에 (김선미 지음), 어린이 부문에 (김혜정 지음), 그림책 부문에 (김유 지음), 창원문학 부문에 (김달님 지음)가 선정됐다. 에세이 는 자신을 키운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로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창원의 김달님 작가가 지난해 낸 책이다. 살면서 맞닥뜨린 상실과 아픔에 무너지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 기대어 앞으로 씩씩하게 나아가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청소년 소설 은 제1회 위즈덤하우
◇얘들아 걱정 마라, 내 인생 내가 산다 = 충북 괴산에 있는 비영리교육단체 괴산두레학교에서 뒤늦게 글을 배운 어르신들이 2014년부터 10년 동안 쓰고 그린 시화를 골라 엮은 책. 60대 후반에서 90세가 넘은 일흔아홉 분의 할머니, 네 분의 할아버지가 쓰고 그린 121편의 시화가 담겨 있다. "공부/ 재미지지만(재미있지만)/ 알딜 모태(알지를 못해) 소기 티진다(속이 터진다)" "28년 전에 가신 영감 보고 싶으다 (중략) 나 예순하나, 영감 예순넷/ 그냥 혼자 떠나갔지/ 하늘나라 살 만혀?/ 나는 아직 멀었어 (중략) 좋은 자
자은 이수오(77) 전 창원대 총장은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를 졸업한 생물공학자다. 그는 또 계간 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고, 칼럼니스트이자, 수필가다. 동양고전에도 조예가 깊어 , 등 책도 계속 내고 있다. 최근에 나온 도 그 연장선에 있다. 먼저 책 내용 중에 제목에 있는 '숲'에 관한 이야기부터 들어보자."숲속 걷기를 거듭하면 할수록 많은 것을 느끼고 또 얻게 된다. 그중에서 가장 절실하게 온몸에 와닿는 것으로 세 가지가 있다.
자연과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감동을 주는 박미정 동화 작가가 최근 낸 은 별을 만나러 가는 세 친구 이야기다. 매일 지붕으로 올라가 별 이야기를 하는 고양이와 수탉이 있다. 평소에 둘은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사이다."지붕으로 올라간 닭과 고양이는 무엇을 하는 걸까요? 고양이가 손 망원경을 만들어 하늘을 보며 말했어요. '오늘도 별들이 다정하게 이야기하고 있어.' '그러게. 행복해 보여.' 고양이는 갑자기 얼굴을 찡그리더니 말했어요. '우리 집 강아지와 또 싸웠어.' 닭은 목을 파르르 떨며 말했어요. '난
◇'한 사람' 협동조합 = 김기섭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 연구활동가가 10여 년에 걸쳐 이어온 협동조합 3부작 마지막 책. 인간의 협동과 그 확장이 결국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해 가는 길임을 강조한다. "'협동조합의 정체성'은 '협동조합에 관한 우리의 정체성'이고, '우리의 정체성'은 결국 '나의 정체성'에서 나온다.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말을 찾고 다른 조합원과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에서 내가 나임을 자각하는 것, 내 존재의 가치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인정받는 것, 이로 인해 내가 살아가는 의미와 힘을 갖게 되는
◇위기탈출도감 = 신칸센 기관사를 거쳐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그림책 작가가 된, 독특한 이력의 스즈키 노리타케의 신작. 아동서로는 이례적으로 지난해 일본에서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우유를 쏟았는데, 쏟은 우유를 처리하려다 컵을 쓰러뜨렸다거나, 껌을 씹다 삼켜버렸다거나, 바지 주머니에 물건을 넣은 채로 빨래를 돌리거나, 수거 통을 빼고 연필깎이를 돌렸거나,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졌거나. 어른이든 아이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위기의 순간들이다. 이 책은 그런 위기들, 위기에 위기를 더한 순간들, 위기에서 벗어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