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국제음악재단 김일태 새 대표
통영에 더해진 윤이상 브랜드 가치 설명
"현 시점에 알맞게 재단 이끌 예정"

지난 5일 (재)통영국제음악재단 김일태(67) 새 대표가 취임했다. 경상남도문인협회 회장을 지내는 등 시인으로 더 알려진 김 대표지만, 사실 통영국제음악제와는 인연이 아주 깊다. 그는 마산MBC(현 MBC경남) PD 시절 1998년 11월 윤이상 선생 3주기 특집 방송을 만들어 내보냈다. 그 인연으로 2000년 통영현대음악제와 2002년 통영국제음악제, 2003년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를 만드는 일을 함께했다. 지난해부터는 통영국제음악재단 부이사장을 맡아 왔다. 지난 27일 김 대표를 만나 오랜 시절 음악제와 함께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7일 이원수 문학관에서 통영국제음악재단 김일태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백솔빈 기자
지난 27일 이원수 문학관에서 통영국제음악재단 김일태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백솔빈 기자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가 된 소감은 어떤가?

"통영국제음악제가 시작됐을 때부터 직간접적으로 계속 관여를 해왔던 터라, 전혀 낯선 게 느껴지진 않는다. 다만 재단을 대표한다는 중책을 맡으니, 압박감이 든다. 처음 시작할 때 열정을 살려 통영국제음악제를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기도 한다."

-PD 시절 윤이상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윤이상 선생에게서 어떤 가치를 발견했었나? 

"윤이상 선생의 삶 자체보다는 음악적인 발자취를 담았던 프로그램이었다. 윤이상 선생은 동양적인 철학 사상을 서양 음악으로 표현했다. 세계 음악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특정한 유행이 만들어지고 또 발전하는 경향을 보인다. 근데 윤이상 선생은 그런 흐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특별하고도 새로운 음악을 선보였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윤이상 선생을 표현할 때 '서양 음악의 구원자'라고 표현한다. 윤이상 선생 음악에 녹아있는 철학이나 예술 정신은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확장하기에 충분했다. 윤이상 음악은 브랜드 가치가 높다. 그 가치를 통영국제음악제에 녹였고, 그래서 음악제가 급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통영국제음악제 정체성은 무엇인가?

"통영국제음악제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은 '윤이상과 쪽빛 바다의 환상적 결합'이라 표현할 수 있다. 통영 자연과 윤이상이란 국제적인 브랜드가 절묘하게 결합한 셈이다. 이런 면에서 음악제는 통영시의 발전과 축을 같이하고 있다. 통영은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반으로 접어들 때, 수산업이 거의 몰락했다. 통영시를 살리려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는데, 그게 바로 문화관광 도시로의 발전이다. 통영국제음악제는 통영이 가지고 있는 자연과 윤이상 그리고 지역 발전, 이 세 가지가 맞물려 있다."

-일각에선 통영국제음악제를 정치적인 이념 논리로 해석하고 '윤이상 지우기'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윤이상 선생은 자신의 음악은 민족과 종교를 초월한다는 이상을 추구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그의 삶보다 음악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윤이상이란 인물을 연구하고 발굴하는 것이 1단계, 그 인물이 지닌 가치를 알리고 공유하는 것이 2단계, 그 가치를 활용해 문화 콘텐츠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게 3단계라고 하자. 여기서 통영국제음악제는 3단계에 해당한다. 윤이상을 활용한 대중 문화 콘텐츠 사업이라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윤이상 브랜드를 활용해 통영이 먹고살 방법을 궁리한 거다. 그렇기에 통영국제음악제에 윤이상 삶에 대한 이념적인 가치 판단을 더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음악제가 지역민들과 멀어졌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통영국제음악재단 직원들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책무는 통영국제음악제를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로 만드는 것이다. 통영국제음악제가 이뤄낸 외적 성장과 비교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게 우리 재단 직원들이 해내야 하는 부분은 아니다. 통영시와 함께 괴리감을 좁혀야 하는 지점이고, 나에게 주어진 숙제라고도 생각한다." 

-앞으로 포부는?

"지금 시대는 25년 전과 다르다. 사회적 환경이나 소비자의 욕구도 변화했다. 또, 통영국제음악재단이 가지고 있는 여건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 실무를 뛸 땐 소수 인력이 다양한 일을 맡아서 했다면, 지금 재단은 훨씬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조직돼 있다. 진은숙 예술 감독이라는 자원도 엄청나다. 변화된 현재 상황을 잘 조율해 나가며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백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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