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이후에도 잔혹한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건만 사전 예방과 대처, 사후 관리를 위한 제도 개선과 정책 지원은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아동학대 신고는 폭증하고 있는데 수사 인력은 여전히 태부족이어서 사건 대응이 발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정부는 올 초부터 전국 광역 시도 경찰청에 아동학대특별수사팀을 설치하고 치안종합상황실과 협업체계를 구축해 사건 대처역량을 강화했다. 그러나 모양새는 갖췄지만 실제로 수사를 담당할 인력 충원은 뒤따르지 않아 빈 수레란 소리를 듣고 있다.

경남의 아동학대 전담 수사 인력은 단 9명, 한 명당 23건 정도 사건을 맡고 있다 보니 수사가 효과적으로 진척될 리 없다. 아동학대 사건 특성상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충분히 확충해야 하는데 지금 처지에서 신속하고 통합적인 사건 대처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부족한 인력, 쌓이는 사건 더미에 부실 대처와 늑장 대처가 뻔히 보이니 하루빨리 충원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피해 아동 상담과 상처 치유를 위해서는 수사 인력뿐만 아니라 아동보호 전문기관 및 복지 관련 전문가들에 대한 보완책도 마련돼야 할 텐데 미동도 보이지 않는다. 아동학대 피해가 발생한 뒤 수사와 사법처리를 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찌 보면 사후에 외양간 고치는 일일 수 있다. 그보다 앞선 과제는 조기 발견과 사전 예방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에 아동보호 시스템이 상시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일이다. 도농 복합 지자체인 경남은 지역 특성에 따라 아동 인구수 차이도 크고, 아동복지기관이나 보호기관 사정이 매우 다를 수밖에 없어 일률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지역 사정을 고려하면서 조례 제정 등 법 제도를 정비해 수사기관과 함께 맞춤형 행정 지원과 협업체계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끔찍한 학대로부터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 없는 사회는 기본 기능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아동보호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제도개선과 지원체계 정비를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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