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협박·주거침입 등 다양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 커"
계획 범죄로 보복 위험 노출
반의사불벌 조항 삭제 요구도

창원지방법원에서 다룬 스토킹 범죄 사건 3건을 뜯어봤다. 한 피해자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반복되는 가해 행위에 1년 넘게 고통을 겪었다. 스토킹처벌법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도 '반의사불벌' 조항이 2차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남도는 30일 민관 전문가 20명이 참여하는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발족한다. 스토킹범죄를 포함한 여성 대상 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지원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피해자 생활의 평온 깨트려" = ㄱ 씨는 피해자와 한 현장에서 일한 사이였다. 사귀자는 말에 거절당한 ㄱ 씨는 2018년 7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피해자에게 23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대부분 장문이었는데, 집착과 망상이 엿보여 불안과 공포심을 일으켰다. 성적, 물리적 위협을 가하겠다는 취지로 아홉 차례 메시지를 보내 협박하고, 자신의 신체 사진을 전송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ㄱ 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16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았다. 재판부(안좌진 판사)는 "피해자 생활의 평온을 깨트리고 이 행위로 기소가 되자 피해자와 대화하겠다는 명목으로 피해자 자택까지 찾아가 침입한 사안"이라며 "죄질이 좋지 못하고 피해자가 느꼈을 불안과 공포 역시 작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거침입, 재물손괴, 협박,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통신매체 이용 음란), 야간 주거침입 절도, 특수폭행. ㄴ 씨 혐의는 무려 7개였다. ㄴ 씨는 피해자 주거지에 새벽 2시께 창문을 열고 들어갔고, 다시 찾아와 욕설을 하고 성관계 음성 파일이 있는 것처럼 협박했다. 출입문 잠금장치에 순간접착제를 뿌리기까지 했다.

또 ㄴ 씨는 피해자 신체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타인에게 세 차례 전송했다. 피해자가 새로 이사한 주거지까지 찾아간 ㄴ 씨는 출입문 전자열쇠 1개를 훔치기도 했다. 또다시 피해자 집안을 보다 발각된 ㄴ 씨는 차를 타고 도망치는 과정에서 차량에 매달린 피해자를 떼어내려고 차로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조미화 판사)는 ㄴ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신상정보 3년간 공개·고지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헤어진 여자친구를 상대로 한 이른바 스토킹 범죄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성폭력처벌법 위반 처벌 전력이 9회에 이르고, 또다시 과외사이트에서 개인정보를 알아내 음란전화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항소심 재판부(최복규·구본웅·김인해 판사)는 "피해자 2명과 합의에 이르러 피해자들이 피고인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징역 1년 8개월로 감형했다.

이 밖에 내연관계를 의심해 한 피해자에게 한 달가량 무려 117차례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로 욕설과 성적 불쾌감을 일으키는 내용을 보낸 2명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5월 벌금 300만 원과 100만 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반의사불벌' 조항 삭제해야 = 스토킹처벌법에서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조항은 삭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조현태 변호사(법무법인 새날)는 "스토킹 범죄는 우발적이라기보다는 계획적 범죄에 가깝고 방치할 경우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하도록 반의사불벌 조항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며 "스토킹 범죄 대부분이 피해자와 아는 사람이 저지를 가능성이 큰 만큼 피해자가 추가 보복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할 가능성이 있고, 그 과정에서 합의를 위한 2차 피해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 변호사는 "최근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노출돼 스토킹 범죄가 날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범죄자 처벌만큼 피해자 보호에 관한 구체적 규정이 추가로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오프라인 스토킹과 구별되며 그 유형이 복잡한 온라인 스토킹을 규제하는 법령이 독립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올 3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제출한 '온라인 스토킹의 실태 및 대응 방안'을 보면 20대 여성 903명 중 79.2%(715명)가 온라인 스토킹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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