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 걸어 삼포노래비 도착
친근한 통기타 음악 감상한 후
진해해양공원 솔라타워 올라
27층 전망대서 보는 풍경 장관
행암동 철길마을, 걷기에 딱

진해는 진압할 진, 바다 해 자를 쓴다. 바다를 제압한다는 뜻이다. 1908년부터 4년간 진해라는 지명이 쓰이지 않은 때가 있었지만, 일제 강점 시절 일본이 지명을 되살렸다. 이 해역을 해군 근거지로 여긴 일제가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갖은 싸움이 벌어지던 곳이 옛 진해 바다였다. 그런데 지금의 진해는 이런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평온한 분위기만 감돈다. 추석 연휴가 엿새 앞으로 다가온 지난 14일 진해가 그랬다. 바다 앞에 텐트를 치고 음식을 해 먹거나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따갑게 내리쬐던 햇볕이 오후 무렵 흐려졌고, 발길이 많지 않아 동네는 한산했다. 하늘이 어떻든 어선은 바다 위를 유유자적 움직였다. 낚시꾼들은 느긋한 모습으로 낚싯대를 바다에 던져 놓고 물고기를 기다렸다. 창원시 진해구 제덕동 제덕사거리에서 장천동 상리마을까지 이어지는 경남의 남파랑길 두 번째 코스, 너무 조용해서 적막하기까지 한 진해 항구마을로 떠나봤다.

◇제덕사거리에서 삼포노래비로 = 남파랑길 두 번째 코스는 창원시 진해구 제덕동 제덕사거리에서 출발한다. 제덕만매립지에 있는 사거리다. 높지 않은 언덕과 평지가 겹쳐 굴곡진 구간이다. 이곳에서 여행을 시작했다. 첫 시작점마다 세워진 여행길 안내판을 따라 진해해양공원 방면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안내판이 붙어있지 않은 공사장 옆길을 지나 왼쪽 길로 들어섰다. 이곳부터 해안도로가 쭉 이어졌다. 바다를 끼고 있는 산자락 '갓방골' 밑으로 도로가 깔려 있고, 도로 양옆으론 산과 어선이 동시에 나타났다.

삼포항 삼포노래비로 가는 길목에 안내판이 하나 나와 있다. 1㎞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판이 화살표로 방향을 가리킨다. 도로 양옆으로 서 있는 나무들이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 모습이다. 노랗게 색이 바랜 나뭇잎이 드문드문 섞여 있다. 바닥에서는 낙엽이 흩날렸다.

안내판을 기점으로 삼포노래비 쪽으로 올라갔다. 언덕길이 나왔다. 경사도가 9%다. 오르락내리락 구불거리는 거리마다 비슷한 경사도가 나타났다. 걷기 시작한 지 30분 만에 산길로 이어지는 길목에 세워진 안내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진해 사화랑산 봉수대 알림판이다. 봉수대는 횃불과 연기를 이용한 옛 통신수단을 말한다. 돌을 여러 겹씩 쌓아 올린 자리에 불을 피운 다음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빛으로 신호를 보내는 형태다. 주로 높은 산에 자리한다.

안내판이 도 지정문화재(기념물)인 진해 사화랑산 봉수대가 1㎞ 거리에 있다고 알려줬다. 한국관광공사가 짜놓은 코스에는 봉수대가 없지만, 궁금한 마음에 무작정 산을 탔다. 생각 없이 올랐다가 30분 넘게 헤맸다. 민묘로 이어지는 길만 있고 봉수대로 가는 길은 없었다. 끝내 봉수대는 만나지 못했다. 커다란 거미만 여러 마리 마주했다. 놀라서 소리를 여러 번 질렀다. 심지어 넘어지기까지 했다. 산책 중 이 길에서 봉수대 안내판을 만난다면 절대 위로 올라가지 않는 걸 추천한다.

삼포노래비는 이 안내판과 걸어서 5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이는 가수 강은철이 부른 '삼포 가는 길' 가사가 적힌 비석이다. 바닥에는 동그란 버튼이 2개 있다. 누르면 주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노래가 나온다. 처음 알게 된 노래여서 어떤 노래인지 궁금했다. 버튼을 눌러봤다. 중년층이 좋아할 만한 통기타 음악이었다. 노랫소리는 한동안 일대를 에워쌌다.

▲ 명동항 부두. 어선 뒤로 진해해양공원 솔라타워와 창원짚트랙이 보인다. /최석환 기자<br /><br />
▲ 명동항 부두. 어선 뒤로 진해해양공원 솔라타워와 창원짚트랙이 보인다. /최석환 기자

◇시선 잡아끄는 진해해양공원 솔라타워와 행암동 철길마을 = 쉬지 않고 곧장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진해해양공원. 진해명동마리나항만 준공예정지를 거쳐 길을 걸어갔다. 20분가량 지나니까 회색 패널이 줄지어 선 모습이 눈에 띄었다. 2022년까지 항만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우도와 소쿠리섬으로 가는 명동도선장 쪽으로 15분 정도 걸었더니 진해해양공원이 나를 맞아줬다. 1.1㎞ 거리다. 안 보면 후회할 만한 풍광이 멀리서부터 펼쳐졌다. 음지교라고 이름 붙은 다리 건너다보이는 진해해양공원 솔라타워와 창원짚트랙이 시선을 끌었다. 우뚝 솟아있는 두 건축물은 나란히 옆에 세워져 있었다. 주변에서는 자그마한 규모의 '동섬'이라는 작은 섬도 보였다.

솔라타워 외관에 끌려 입장료를 내고 건물 27층에 있는 원형전망대로 올라갔다. 탁 트인 시야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부산항, 창원 신항 거가대교, 남해 너른 바다가 한눈에 담겼다. 바로 옆에 보이는 창원짚트랙도 근사하지만, 더 눈에 띄는 건 섬들이다. 창문 너머로 우도와 소쿠리섬을 비롯해 지리도, 초리도 등 10여 개 섬이 보인다.

▲ 창원솔라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최석환 기자<br /><br />
▲ 창원솔라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최석환 기자
▲ 창원시 진해구 행암동 철길마을. 바다 옆으로 철길이 길게 뻗어 있는 동네다. /최석환 기자<br /><br />
▲ 창원시 진해구 행암동 철길마을. 바다 옆으로 철길이 길게 뻗어 있는 동네다. /최석환 기자

해안길을 쭉 걷다 보면 진해국가산업단지가 나온다. 여기가 남파랑길 두 번째 코스 중간지점이다. 바다를 끼고 쭉 둘러싸인 형태다. 산업단지를 따라가야 다음 목적지인 행암동으로 갈 수 있다. 중간지점에서 행암동까지는 3.4㎞ 거리다. 수치해안 방면으로 가되, 경사진 언덕 밑으로 내려가는 건 피해야 한다. 내려가더라도 행암동으로 가는 길이 없다.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얘기다. 경사도가 12%는 족히 넘는 길이니, 유의해서 걸어야 한다.

예비군 훈련장을 거쳐 오른쪽으로 굽이진 길을 지났더니 행암동이 나왔다. 이곳은 바다 옆으로 철길이 길게 뻗어있는 동네다. 철길 옆 바다 위쪽으로는 나무 갑판이 이어진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정자와 벤치가 이곳에 있다. 바다 위에 갑판이 솟아있는 형태여서 바다와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다. 철길 쪽에서는 산을 두 동강 내 도로와 철길을 뚫어놓은 흔적이 드러난다. 이곳에는 꼭 봐야 할 비경이 숨어있다. 인위적으로 잘려나간 산 밑으로 깔린 철길이다. 걷고 싶은 마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길로, 녹슨 철길 주변 풍광을 눈에 담기 좋다.

▲ 사진 찍기 좋은 행암동 철길마을 의자. /최석환 기자<br /><br />
▲ 사진 찍기 좋은 행암동 철길마을 의자. /최석환 기자
 
▲ 한쪽만 표기된 남파랑길 안내판. /최석환 기자<br /><br />
▲ 한쪽만 표기된 남파랑길 안내판. /최석환 기자

바로 근처에 있는 장천부두를 따라 여정의 종착지인 상리마을로 걸음을 옮겼다. 부두만 지나면 아파트가 있는 도심이 나온다. 아파트 단지 앞길을 거쳐 벚꽃공원 방면으로 향했더니 도심에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주변 풍경이 달라졌다. 하우스와 밭이 여럿 나타났다. 정확히는 공원으로 가기 전 옆길로 빠져야 만날 수 있는 모습이다.

이곳 도로 위로는 급경사가 이어진다. 단독주택을 따라 경사진 구간을 올라야 상리마을 경로당이 나온다. 이곳 위에 있는 버스정류장이 두 번째 코스의 종착지다. 이날 여정은 주로 바다 풍광이 눈에 담겼지만, 마지막 농경지도 제법 정겹고 멋스러운 느낌을 안겨줬다. 주변을 조망하기 좋아서 카메라 셔터를 여러 차례 눌렀다. 시간은 저녁 시간대를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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