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드림스타 (45) 정은비 진해여고 3학년

양궁은 대회마다 거르지 않고 금메달을 가져오는 대표적인 올림픽 효자 종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을 따는 것보다 국가대표 발탁이 더 어렵다고 말하기도 한다. 창원 진해여고 정은비(19) 학생은 '태극기'를 달고 2024년 프랑스 파리올림픽에 나가길 꿈꾸고 있다. 은비 학생은 성실과 긍정의 힘으로 '올림픽 출전'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10년 흘린 땀 = 은비 학생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양궁을 시작했다. 한국식 세는 나이로 10살 때다. 은비 학생은 미국령인 괌에서 태어나 9살 때 부모님의 고향인 진해로 오면서 남들보다 한 해 늦게 입학했다.

양궁은 반복 훈련을 요하는 종목이다. 같은 자세로 똑같이 화살을 쏘는 것. 그래서 집중력과 인내심이 중요하다. 자세를 유지하고자 어깨 근력도 길러야 한다. 한 번에 많은 힘을 쏟아내진 않지만, 대회에 나가면 2~3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지구력도 필요하다.

은비 학생은 초등학생 때 학교 수업이 끝나고 오후 7시까지, 중학생이 되어선 오후 9시까지 훈련을 하고 있다. 토요일에도 오전 8시~오후 4시까지 훈련을 한다. 대회 출전 2주 전부터는 일요일에도 오전에 나와 활시위를 당긴다.

훈련이 고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집중도 안 되고 시간도 더디기만 하다.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도 있다. 활쏘기도 싫고, 재미도 없다. 특히 중학교 1~2학년을 지날 때 심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양궁 입문
성실함 무기로 신체 단점 극복

흔히 말하는 '중2병'이었다. 친구들이 학교를 마치면 마음껏 놀러다니는 게 부럽고 함께 어울리고 싶었다. 양궁을 그만두고 싶다며 어머니랑 맨날 싸웠단다.

은비 학생은 "그때는 어린 마음에 놀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만두고 싶다고 투정을 부린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그만두지 않길 잘했어요"라며 "그때 말려주신 진해중앙초, 진해여중 선생님들께도 고마워요. 항상 주변에서 저보다 저를 더 믿어 주시는 분들 덕분이에요"라고 말했다.

또 "슬럼프가 왔을 때는 그냥 다 내려놓고 완전 처음부터 시작하는 느낌으로,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시작해요"라고 덧붙였다.

역시 연습 때는 '10점' 과녁에 맞힐 때가 가장 짜릿하다고 했다. 꾸준히 연습하면서 스스로 자세가 좋아진다고 느낄 때, 하루하루 실력이 늘어가는 게 보일 때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은비 학생은 "그러면 과녁에 화살이 모이는 정도가 눈에 띄게 달라져요. 딱딱 붙어요"라고 말했다.

목표를 물었더니 얼른 지도자가 되고 싶었는데, 최근에는 활을 오래 쏘는 것이라고 했다.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2024년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은 선수로서 당연하다.

◇올림픽 출전 목표로 = 은비 학생은 2016년부터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해 5월 열린 50회 전국남녀양궁종별선수권에서 초등부 거리(여) 20m, 35m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 단체(여)에서 2위를 했다.

중학생 때는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시도대항대회 단체(여) 3위, 2018년 47회 전국남녀종별양궁선수권 중등부 단체(여) 1위, 45회 한국중고양궁연맹회장기 전국남녀대회 단체(여) 2위,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시도대항대회 단체(여) 2위 등 줄이어 입상했다.

▲ 진해여고 3학년 정은비 학생이 양궁을 연습하고 있다.  /황선민 인턴기자 hsm@
▲ 진해여고 3학년 정은비 학생이 양궁을 연습하고 있다. /황선민 인턴기자 hsm@

2019년에는 전국소년체전에서 개인(여) 1위, 거리(30m) 1위, 단체 3위 등 메달을 쓸었다. 또 같은 해 열린 화랑기 전국시도대항양궁대회에서도 단체(혼합) 1위, 개인 3위, 거리(30m) 2위 등을 차지했다.

고등학생이 돼서도 대통령기, 화랑기, 종별선수권, 시도대항대회 등에서 메달을 따내고 있다.

강숙영(51) 진해여고 양궁 코치는 "은비는 지난해까지 국가대표 상비군에 들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은비 학생은 2020년 1월 경기 여주시청 훈련장에서 치러진 국가대표 후보 선수 동계합숙훈련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당시 전국에서 양궁으로 내로라하는 남녀 선수 20명씩 모였었다.

강 코치는 "체형만 놓고 보면 은비가 딱히 좋다고 할 순 없지만, 그것을 모두 보완할 만큼 노력을 정말 많이 한다. 단점을 극복하고 기록을 내는 게 대단한 것"이라며 "특히 습득 능력이 굉장히 좋다. 3년간 지도하면서 한 번도 인상을 찌푸린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긍정적이고 잘 웃는다. 전국에서 제일 착한 선수로 소문이 났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입상하지 않더라도 대회마다 꾸준하게 6~7위 이내로 성적을 내고 있다. 아시다시피 양궁은 1~2점 차이도 크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국가대표 상비군 활동
"오래오래 활을 쏘고 싶어
라이벌요?…나 자신이죠"

강 코치는 전국에 양궁 특기자로 갈 수 있는 대학은 9곳 정도 있고, 전국에서 한 해 15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현재 은비 학생은 특기자로 한 대학에 입학이 예정돼 있다. 진해여고 양궁부는 '일반고등학교' 중 보기 드물게 꾸준하게 상위권 성적을 내는 학교다.

고등부 대회에 나가면 전국에서 여학생은 110~120명 정도 출전하는데, 대부분 체육고 학생이다. 양궁 국가대표팀은 고등부와 실업팀(성인) 등을 포함해 모두 8명을 뽑고, 평가전을 치러 3명만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은비 학생은 원래 잘 웃고, 예민하지 않아, 대회에서도 크게 긴장하지 않는 편이다. 다만, 최근에는 점점 욕심이 커지면서 예민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은비 학생에게 라이벌은 없다. 자신과의 싸움뿐이다. "양궁은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가 없어요. 그 기준에 맞춰버리면 '이 정도면 쏘면 되겠지' 하고 한계를 정해버리게 돼요. 그러면 잘 쏠 수가 없더라고요."

 

※도움 주실 계좌 = 경남은행 207-0099-5191-03(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4월 7일 자 박민혁(거제제일중 1학년) 학생에게는 후원금 314만 2000원(BNK경남은행 특별후원금 300만 원, 일반 후원금 14만 2000원)이 전달됐습니다.

※이 기획은 BNK경남은행,경상남도교육청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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