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6년 전 한국에 온 강향숙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일제강점기에 조부모님께서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만주로 가게 된 이후로 중국에 정착하여 살았습니다. 광복이 되었지만 조부모님은 여러 사정으로 조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계속 중국에 살아야 했습니다.

언제나 조국에 돌아오고 싶어 하시던 조부모님 꿈을 제가 이루어 드렸습니다. 새로운 꿈을 안고 조부모님 고향인 한국에 와서 매일 밝고 향기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매일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라도 제 조부모님이 일생을 바쳐 되찾으려 했던 조국이라 생각하면 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하루 날들이 귀하고 소중합니다.

한국에 살면서 즐겁고 기뻤지만 중국에서 살던 문화의 차이로 힘들었던 점도 있습니다. 첫째는 음식이었습니다. 중국에서도 부모님이 김치를 담가 자주 먹었지만 경상도식 김치는 젓갈을 넣어서 그 냄새 때문에 입을 대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젓갈이 들어가지 않은 김치가 입에 맞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문화는 습관과 생활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저는 16년 동안 제 피 속에 숨어있던 한국 문화를 되찾았습니다.

둘째는 사투리입니다. 조선족이라서 기본적인 언어소통은 문제 없었지만 경상도 사투리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 어르신이 저에게 "욕봤다. 욕봤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내가 욕을 하거나 나쁜 행동을 한 적이 없는데 왜 그러시지?'라고 생각했지만 그 말투가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 말이 고생했다, 수고했다 하는 애정 어린 표현임을 알고 그 말이 주는 정겨움도 느낍니다. 하지만 사투리에 적응하기까지는 크고 작은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젓갈 김치를 좋아하고 사투리에 익숙해지면서 저는 제 자신의 뿌리인 고국을 찾고 한국인으로서 문화를 찾아갑니다. 살아가면 갈수록 저는 저의 조국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고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조국을 찾기 위해 애쓰신 저의 조부모님이 정말 훌륭한 일을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저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제2의 인생을 늘 감사히 여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배움에서 즐거움을 찾으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더 좋은 나라가 되도록 작은 힘을 보태며 살고 싶습니다.

/강향숙 조선족 동포·결혼이주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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