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구입은 기업에 투표하는 행위
노동자 탄압 파리바게뜨와 결별을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건물 1층에는 마트가 있다. 언제부턴가 출근길에 마트 앞을 지날 적마다 의문스러운 장면을 마주쳤다. 마트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남녀노소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트에서 선착순으로 사은품을 주는가 보다 생각하다 때마침 아는 사람을 만나 물어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포켓몬빵에는 20~30대에게 어린 시절 추억의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캐릭터로 만든 스티커가 들어 있다. 빵 안에 든 스티커는 종류에 따라 값어치가 다르다. 스티커를 수집하는 이들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온라인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마트에 빵이 언제 입고되는지를 알아뒀다가 그날에 맞춰 기다리면 귀하신 포켓몬빵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나는 찬바람이 두 뺨을 스칠 때 생각나는 호빵이 더 친숙한 세대라 저렇게까지 하면서 빵을 사 먹어야 하나 싶다. 포켓몬스터 만화를 보며 깔깔웃던 어린이였던 2030세대들은 지금 팍팍한 사회생활로 심리적 압박감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마저 미끼로 던져 이윤을 창조하는 자본주의는 능력을 보고 있자니 군침 돌았던 입안에 쓴맛이 난다.

SPC 삼립은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고 있지만 같은 SPC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처절한 투쟁을 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파리바게뜨 제빵 노동자들이다. 임종린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의 53일간의 단식투쟁에 이어 간부들의 단식투쟁에도 SPC 자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파리바게뜨 빵을 만드는 노동자에게 인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빵을 위해 존재하는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자가 얼마나 처절하게 촌각을 다투는 지경에 이르도록 투쟁해야 자본은 뒤돌아볼 텐가!

노동조합이 SPC 그룹에 요구하는 것은 점심시간 1시간 보장, 임신한 노동자에게 쉼과 휴가 보장, '아프면 쉬게 해달라', 2018년 노사정 사회적 합의 이행 등이다. 파리바게뜨 매장이 프랑스 파리에도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처우는 어떨까? 프랑스 파리에 있는 파리바게뜨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일은 벌어질 수 없으며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본국에서 노동법을 잘 지키는 외국기업도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노동자를 착취하는 형태로 바뀐다. 결국 법의 테두리가 없으면 윤리적인 기업은 없는 건가? 엄격한 법과 제도가 있어야만 노동자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것인가?

아일랜드 록그룹 유투(U2)의 리더 보노가 말했다. "쇼핑은 정치다. 돈을 낸다는 것은 표를 행사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정치를 하고 있다. 상품을 구입하는 행위는 해당 기업에 투표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내가 사려고 하는 상품이 동물에게 고통을 가해서 생산하거나 자연환경을 파괴하는지 또는 노동자를 탄압하고 착취해서 만든 제품은 아닌지 따져보며 윤리적인 소비를 해야 한다.

기업가의 윤리의식은 없고 노동자의 인권을 탄압하고 착취하는 기업에 제대로 화답해주자. 파리바게뜨 빵과 헤어질 결심을 하자. 우리에게는 다른 곳에 투표할 선택지가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말고 우리 동네 빵집을 이용하면 될 것. 자영업자도 살고, 노동자도 살고. 시민은 소비를 통해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공존하는 세상이 되리라. 마침내.

/김은정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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