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자전축 따라 위치 바뀌어
용자리 '투반'에서 폴라리스로
춘분점도 양자리→물고기자리
카시오페이아 가을 대표 별자리

천문학에선 여성 과학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 현대 우주론의 대단한 업적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헨리에타 스완 레빗이 변광(생의 말기에 수축과 팽창의 반복으로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별) 주기와 광도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거리를 측정하는 표준광원이 되었다. 

천문학에서 '대논쟁(섀플리와 커티스 논쟁)'은 아주 유명하다. 1920년 안드로메다은하가 우리은하 내의 성운이라는 섀플리의 주장과 우리은하 밖에 있는 섬우주라는 것으로, 우주의 크기(Scale of the Universe)에 관한 논쟁이다. 허블이 안드로메다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해 이 논쟁을 끝내게 했고, 우주의 크기가 확장되었다. 표준광원을 찾아낸 공로로 헨리에타를 노벨상 후보에 올리려고 하였으나 그녀가 죽은 후여서 받을 수 없었다. 

캐럴라인 허셜(Caroline Herschel·1750~1848)은 독일 출생, 영국에서 활동하였다. 유명한 천문학자인 윌리엄 허셜의 여동생인 캐롤라인 허셜은 다음과 같은 '최초' 기록에 이름을 남겼다. 

천문학을 직업으로 삼아 자신의 학문 연구를 통해 급여를 받은 세계 최초의 여성 천문학자. 궁정 천문학자 보좌관이라는 영국 정부의 공식 직책을 맡은 최초의 여성. 왕립 천문학회 명예 회원 자격을 받은 최초의 여성…. 

캐럴라인 허셜은 혜성 8개와 먼 우주 천체 14개를 독자적으로 발견했다. 캐럴라인이 발견한 천체로는 '35P/허셜-리골렛 혜성(Herschel-Rigollet)'이라는 주기 혜성과 안드로메다은하의 위성인 '왜소 타원은하 M110', '산개성단 NGC 2360(캐럴라인의 성단)', 'NGC 7789(캐럴라인의 장미)' 등이 있다. 

2만 6000년 주기의 세차운동으로 인한 북극성 변화. /위키백과
2만 6000년 주기의 세차운동으로 인한 북극성 변화. /위키백과

◇2만 6000년 주기로 바뀌는 북극성 =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릭소스와 헬레는 보이오티아의 왕 아타마스와 네펠레의 자녀이다. 왕은 네펠레에게 점점 무관심해지다가 결국 테베의 왕 카드모스의 딸인 이노와 결혼한다. 이노는 네펠레의 아이들을 싫어하여 아이들을 제거하려는 음모를 세운다. 네펠레는 자신의 아이들이 위험에 빠진 것을 알고 신에게 구원의 기도를 하였는데,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이 기도를 듣고 날개 달린 황금 털을 지닌 양을 아이들에게 보내 구하게 하였다. 

양은 아이들을 태우고 동쪽 하늘로 날아가는데 유럽과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해협을 통과할 때 헬레는 깜빡 잠이 들어 바다로 떨어지게 된다. 그녀가 물에 빠진 해협은 그녀의 이름을 따 헬레스폰투스 해협이라고 불린다. 프릭소스는 양을 죽여 황금 털을 벗겨냈는데, 이를 얻기 위해 아르고호의 원정이 시작되었다. 그 뒤 제우스는 남매를 태운 황금 털의 양을 기념하여 별자리를 만들어 하늘로 올려보냈다.

양자리에는 눈에 띄는 은하나 성단이 없다. M74 나선은하를 찾아가기 위한 기준이 되는 별이 세 개 줄지어 있다. 으뜸별은 하말이라고 아랍어로 양이란 뜻이고, 주황색별이다. 별 이름에서는 아랍어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데 과거 그리스 천문학이 쇠퇴할 때 아랍으로 넘어가 다시 유럽으로 역수입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춘분점이 물고기자리에 있는데 2000년 전에는 양자리에 있었다. 이는 지구가 자전하면서 자전축이 쓰러지기 전 팽이처럼 약 2만 6000년 주기로 비틀거리면서 회전하는 세차운동 때문에 나타나는 일이다. 

지금의 북극성은 폴라리스이지만 3000년 전에는 용자리의 으뜸별 투반이었다. 북극성이란 천구의 북극에 위치하는 별이고 세차운동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뀐다. 춘분점이란 적도 좌표계에서 적경이 0시를 가리키는 별자리고, 이 역시 세차운동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황도 12궁 중 하나로 바뀐다. 

양자리의 세 번째 밝은 별은 메사르팀인데 맨눈에는 하나였던 것이 50배율 이상의 배율로 보면 쌍성이다. 흰색의 두 별이 중력으로 묶여 서로를 공전하며 우리은하를 돌고 있다. 태양은 홑별인데 우주에 쌍성은 흔하다. 삼중성 이상의 다중성계도 심심치 않게 존재한다.  

양자리 남쪽 약간 아래에는 고래자리가 있는데, 입 주변 네 번째 밝은 별 바로 옆에 M77번 나선은하가 있다. 또 남쪽 약간 아래에는 조각가자리가 있는데, 남쪽 은하 중에서는 꽤 유명한 NGC 253 조각가 은하가 있다. 세로 길이는 거의 달 크기와 비슷하고 16인치 망원경으로 남중했을 때 보면 정말 아름답고 큼직하다. 고도가 29도 33분으로 낮기 때문에 빛 공해를 피해 15인치 이상의 대구경으로 관측한다면 안드로메다은하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만날 수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NGC 253, M15, NGC 1333, NGC 884와 869. /나사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NGC 253, M15, NGC 1333, NGC 884와 869. /나사

◇계절에 따른 으뜸 별 = 물병자리 바로 밑에는 남쪽물고기자리가 있는데 여기 으뜸 별은 포말하우트다. 가을에 볼 수 있는 단 하나의 일등성이라 가을의 외로운 별이라고도 하지만 남중고도가 25도로 낮은 편이라 눈에 띄게 밝게 보이지는 않는다. 

가을의 대사각형으로 유명한 페가수스 별자리는 웬만한 이들은 한 번쯤 들어보았을 유명한 별자리다. 말 머리에 해당하는 에니프라는 별 주변에는 M15 둥근별떼가 있다. 200배율 이상으로 분해해서 보면 별들이 아름답게 둥글게 모여 있다. 

51페가시 또는 헬베티오스라는 별은 태양과 같은 G형의 별인데 목성형 외계행성이 최초로 발견된 별이다. 수성의 궤도보다 더 안쪽에서 헬베티오스를 4일에 한 번 공전하는데 별과 너무 가까이 있어 별을 바라보는 쪽의 온도는 1000도에 가깝다고 한다.    

북두칠성이 봄의 별자리라고 한다면 가을은 카시오페이아의 별자리다. W자 모양으로 떠올라 북중하면 M자가 되었다가 서쪽으로 질 때는 E자 모양이 되는 재미있는 별자리다. M103번 널린별떼와 영화 <ET>에 나왔던 외계인을 닮은 NGC 457 널린별떼와 NGC 7788 캐럴라인의 장미라는 널린별떼가 있는데 100배율 정도로 해서 가만히 쳐다보면 별과 별 사이에서 순간 장미 문양이 보인다. 

카시오페이아 바로 밑에는 페르세우스자리가 있다. 이 두 별자리 사이에는 NGC 884와 869 이중성단이 있는데 두 널린별떼가 가까이 있기 때문에 보는 이들 모두 예쁘다며 놀라워한다. 한 시야에 두 별떼가 보여서 바로 옆에 있는 듯하지만 884는 9600광년 거리에 있고, 869는 6800광년 거리에 있어서 884가 2800광년 더 멀리 떨어져 있다. 

869에는 200배율로 보면 마치 꼴뚜기처럼 보이는 별 무리가 있다. 내가 풀어놓은 우주 꼴뚜긴데 믿는 건 자유다. 

페르세우스자리에는 밝은 별이 두 개 있다. 왼쪽은 으뜸 별 미르팍이고 오른쪽은 두 번째 밝은 별 알골이다. 페르세우스 별자리 그림을 보면 왼팔에 메두사의 머리를 잡고 있는데 왼쪽 눈에 해당하는 별은 알골이다. 악마의 별이라고도 한다. NGC 1333은 반사성운과 별이 태어나는 암흑성운이다.
/조정제 시민기자(천문지도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