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비밀유지 조항'도 자료 공개 명시
도 '업무협약 체결·관리 조례' 소송 제기
대법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경남도와 민간투자사업자가 체결한 협약 내용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한 조례 효력이 정지됐다.

‘비밀유지 조항’을 둔 경우라도 도의회가 자료 요구를 하는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없다’(6조 1항)고 명시한 ‘경남도 업무협약 체결·관리 조례’ 집행정지 가처분이 대법원에서 인용됐기 때문이다. 불공정 협약을 감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는데 도의회가 경남도의 협약서 전반을 점검해 견제할 수 없게 됐다. 조례 효력은 정지 상태이다.

송순호(더불어민주당) 전 도의원은 11대 도의회 당시 지난해 12월 조례안을 대표 발의하며 경남도가 국내외 공공기관, 기업체 등과 업무협약을 하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행정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고자 했다. 특히 업무협약과 관련된 자료 제출 사항을 구체화해 집행부가 비밀유지 조항을 둔 경우라도 자료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 마창대교 이용 차량들이 요금소로 들어서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마창대교 이용 차량들이 요금소로 들어서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송 전 도의원은 지난해 10월 임시회에서 전국에서 가장 비싼 통행료를 내는 마창대교 업무협약서 사본 제출을 요구했지만, 도는 협약상 ‘비밀유지 조항’을 이유로 거부했다. 이후 도정질문 등에서 마창대교 관련 문제점을 줄곧 지적하며, 도의회가 불공정 협약을 감시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도의회는 지난 3월 25일 본회의에서 조례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도는 조례 6조 1항은 업무협약 상대방(기업, 법인, 단체 등)에게도 적용돼 영업 비밀 보유자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하병필 당시 도지사권한대행은 지난 4월 27일 본회의에서 조례안 재의 요구와 관련해 “자치단체장 권한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조례로 헌법 제37조 법률유보 원칙에 위반된다. 개별 법령인 부정경쟁방지법, 외국인투자법, 민간투자법 등에서 영업 비밀에 대한 규정과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는 정보의 경우 비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6조 1항은 사실상 실익이 없는 규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송 전 도의원은 “서류 제출을 요구받은 자치단체장은 법령이나 조례에 특별히 규정한 경우 외에는 그 요구에 따라야 한다고 지방자치법에 규정하고 있다. 특별한 개별 법령으로, 특별한 개별 조례로 자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게 명시돼 있을 때만 해당한다”고 반박하며 “꼭 필요한 필수적인 조례이며 의회의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도는 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5월 16일 대법원에 ‘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도의회 관계자는 “집행부의 법적 대응으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도 관계자도 “지방자치법상 대법원이 1심이자 최종심이다 보니 판결까지 통상 1년 이상 걸린다. 언제 판결을 내릴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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