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폭언 등 사실조사 의무
법 개정 이후 조례 제정 이어져
경남도 관리규약 준칙에도 반영
강제력 떨어져 정착까지 한계도

창원시 분쟁조정위 역할 확대
경남도 인권증진 계획 등 주목

대부분 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사무소장을 자치관리기구 대표자로 선임하는 '자치관리'보다 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 등을 거쳐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하는 '위탁관리'를 택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용자이지만, 관리업체, 관리사무소, 용역업체 등 책임 주체가 여럿이 되고 분쟁 요인도 늘면서 폭언이나 '갑질' 논란을 불러온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 내 '갑질'을 방지하려고 최근 법과 제도가 강화됐다. 특히 자치단체가 사실 조사를 하게끔 법이 바뀌었지만, 공동주택 자치권도 보장해야 하는 지자체 처지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경남도는 처음으로 아파트 내 노동자 인권증진 기본계획을, 창원시는 '갑질' 사건 조사 방식을 각각 준비하고 있다.

◇실효성 없는 법 = 2021년 8월부터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입주민 등이 관리사무소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폭력을 행사했을 때 관리사무소장은 자치단체에 사실 조사를 의뢰할 수 있다. 이를 이유로 관리사무소장을 해임해서는 안 된다. 시장·군수·구청장은 즉각 조사하고 위반 사실이 있으면 필요한 명령 등 조치를 해야 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도 있다.

법 개정 이후 창원시는 전화 상담 한두 건 정도만 했을 뿐 조사를 한 적은 없다. 다만 조사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기존에 별도 조례로 운영 중인 '창원시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 주택정책과 담당자는 "아파트 내 갑질 조사위원회 구성을 위해 조례를 제정하자는 주택관리사협회 건의가 지난해 10월에 있었는데, 공동주택관리법상 구성 근거가 없었다"며 "조사위원회를 구성해도 강제성을 띠기 어렵고 자문에 그칠 것으로 보여 분쟁조정위원회 역할을 확대하고, 처우 개선 등에 앞장서는 아파트에는 공동주택관리 지원사업 가점을 부여하는 쪽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상남도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에도 '갑질' 방지 조항이 있다. 입주자 의무에는 '공동주택 종사자(관리사무소장·직원, 경비원, 미화원, 택배·배달원 등) 인권 존중', '공동주택 내 노동자 괴롭힘 금지'가 포함돼 있다. '공동주택 내 괴롭힘'은 입주자,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주체 등이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공동주택관리기구 구성원(노동자)에게 폭언, 폭행, 신체적·정신적 고통 유발행위를 하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입주자, 입주자대표회의, 선거관리위원회, 관리주체, 관리사무소장은 서로 업무를 방해해서도 안 된다. 노동자에게 적정한 보수를 지급하는 등 처우 개선 노력도 해야 한다.

준칙이 개정되면 경남도는 시군을 거쳐 공동주택 관리자를 두고 자치 의결기구를 구성해야 하는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300가구 이상·150가구 이상으로 승강기 설치 또는 중앙집중식 난방방식(지역난방방식 포함) 공동주택)에 이를 통보한다. 하지만 준칙 또한 강제성이 없는 지침에 불과하고, 관리규약 제·개정은 신고사항일 뿐이어서 '갑질' 방지 제도를 안착시키는 데 한계가 되고 있다.

◇올해 경남도 계획은? = '경상남도 공동주택 관리노동자 인권증진 및 고용안정에 관한 조례'도 지난해 5월 제정됐다. '관리노동자'는 관리사무소장, 관리직원, 경비원, 미화원 등을 말한다. 조례 역시 입주자와 주택관리업자 등이 관리노동자에게 폭언이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담고 있다.

특히 조례에 따라 도지사는 관리노동자 인권증진·고용안정 기본계획을 3년마다 세워야 한다. 아울러 도지사는 피해 법률·노무·심리 상담은 물론 관리노동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협의체 구성과 활성화도 예산을 마련해 지원할 수 있다.

경남도 건축주택과 담당자는 "단발성은 맞지 않고 종합적으로 올해 공동주택 지원 계획안을 만들고 있다. 관리노동자 인권증진 방안도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이슈가 있어 여러 차례 논의해 같이 담고 있다"며 "자치권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어떤 지원이 바람직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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