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 때 씨름 입문
생활체육 최강자 자리 올라

"가정 있고 여건도 안 돼 머뭇
입단 제의 받고는 고민 안 해
믿어준 가족·팀에 성적 보답"

"모든 선수의 꿈 아니겠어요? 목표는 우승입니다."

올해로 43살이 된 노은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실업팀 거제시청 씨름단에 입단했다. 다른 선수 같았으면 이미 은퇴를 했거나 은퇴 시기를 고민할 나이지만, 그는 실업무대에 첫 발을 뗐다. 지난해 11월 입단 제안을 받고 고민 없이 도전을 택한 그는 7년 여간 운영해온 꽃집도 과감히 문을 닫았다.

"최석이 감독님께서 거제시청에 오라고 했을 때 바로 정리를 했어요. 기회가 쉽게 오는 것도 아니고 나이도 있으니까 연습에 매진하려고 정리했죠. 꽃집은 다시 하고 싶으면 할 수 있으니까 씨름에 승부를 걸었죠."

거제시청 씨름단 노은수가 자세를 잡고 있다. /이원재 기자

그가 씨름에 입문한 건 대학교 1학년 때다. 경남씨름왕대회에 출전할 선수를 모집했고, 168㎝의 큰 키에 타고난 힘을 갖춘 노은수가 선발됐다. 대학교 3학년이었던 2001년에는 경남 대표로 전국씨름왕대회에 출전해 1위를 차지하며 재능을 뽐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규정상 한 번 씨름왕 1위에 오르면 다시 대회에 출전할 수 없었다. 생활체육이 지금보다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였고, 실업팀도 없었기에 노은수는 더는 씨름을 할 기회를 찾지 못했다.

그가 다시 샅바를 맨 건 16년 만인 2017년 김해시민체육대회였다. 노은수는 장유3동 대표 선수로 참가해 여전한 기량을 발휘했고, 이어 생활체육으로 2018년에는 경남대회, 2019년에는 전국대회에 참가해 두각을 드러냈다. 노은수는 2021년 3관왕·지난해 4관왕에 오르며 맹활약을 펼쳤다.

20여 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오른 영광의 순간 뒤에는 노은수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올해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딸과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아들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육아와 꽃집 운영을 하면서도 새벽에 부지런히 웨이트 훈련을 소화했다. 또, 일주일에 한 번은 가게 문을 일찍 닫고 씨름 연습을 할 정도로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거제시청 씨름단 노은수가 훈련하고 있다. /이원재 기자

생활체육 씨름에서 최강자 자리에 오른 그는 실업팀 선수가 부러운 한편 도전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고 한다.

"주변 선수들이 실업팀에 가는 걸 보고 부럽기도 했지만 저는 가정도 있고 여건이 안 돼서 두려움이 컸어요. 2021년과 지난해 성적이 좋으면서 씨름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실업팀 제안이 왔을 때는 제 인생에 이런 기회가 온 자체만으로도 너무 즐겁고 고민할 것도 없었어요."

노은수가 주저 없이 도전을 택한 데에는 가족들의 믿음과 지지도 있었다. 노은수의 남편은 실업팀 입단을 상의했을 때 "하고 싶잖아. 그럼 가야지"라는 말로 아내에게 든든한 힘이 돼주었다. 노은수는 가족들의 믿음에 자랑스러운 아내이자 어머니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딸이 힘들지 않겠나 걱정을 하더라고요. 저는 딸한테 엄마가 열심히 해서 뭔가 성취하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열심히 도전하는 모습들이 자라는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노은수는 거제시청 입단 후 첫 대회인 설날장사에서 목표했던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제 걸음마를 떼는 단계지만 그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기회를 준 팀에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가 하면 조금 더 하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감독님께 기술을 더 배워서 제 것을 만든다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거제장사씨름대회가 두 달 남겨뒀는데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로 보답해야죠."

/이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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