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1980년대 언론 통제 피해 정보 전달 역할…인터넷 발달로 점차 인지도 하락
학생 기자 채우기도 버겁지만 공감 이끌 소재 발굴 등 활발…유튜브 개설 등 변화도

정유정 씨는 경남대학교 학생입니다. 11월까지 매월 한차례 대학 사회 이야기를 독자들께 전할 예정입니다. 정 씨는 대학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과 청년들의 일상, 그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글로 나눔으로써 기성세대, 그리고 비슷한 또래이지만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청년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언론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소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정보원으로서 구실을 한다. 국내 곳곳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발 빠르게 수집해 알린다. 항상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는 여러 사건·사고가 일어나기 마련이고, 이를 정리해서 전달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20대 청년들이 북적이는 대학도 이러한 역할을 맡아 해줄 기관으로 대학 언론이 존재한다. 학보사나 방송국 등 학내에서 활발하게 언론의 구실을 했으나, 최근 캠퍼스 내에서 대학 언론은 힘을 잃은 건 물론이고 폐간의 위기까지 겪고 있다.

봄을 맞은 대학 캠퍼스는 만개한 꽃들과 각자의 개성으로 한껏 치장한 청년들로 북적인다. 코로나19로 고요함만 가득했던 예년과 다르게 생기로 가득한 요즘이다. 그러나 많은 꽃과 청춘을 즐기는 청년 사이, 어둠기를 겪고 있는 이들이 있다. 학내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서는 일정 시간에 학내에 울리는 방송을 그저 시끄럽다고 여겨 비방하는 글이 올라온다. 혹은 게시판 곳곳에 부착된 학보를 '자리를 차지한다'라는 이유로 훼손하는 모습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도 매시간 출근해 학생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건 물론, 훼손된 학보를 떼어내고 새롭게 발간된 학보를 붙이는 이들은 대학 언론이다. 이들은 현재 알아주는 이가 적을지라도, 다시 돌아올 황금기를 기다리며 대학 본부와 학생을 연결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

◇대학 언론은 무엇인가? = 대학 대부분은 신문사, 방송국, 영자 신문사로 3개의 학내 언론을 운영한다. 대학 언론 등장 초창기에는 대학의 정책이나 활동 프로그램 등을 알리기 위한 공식 기관지로 사용되었다. 우리가 주로 대학 언론이라고 하면 실태를 고발하는 대자보나, 민주화 운동 당시에 전국 언론을 대체해 큰 구실을 한 기관이라 떠올리기 마련이다. 실제로 창간 이후 1960~1980년대에 들어서 민주화 운동을 위한 정보 수집 및 취합처로 큰 구실을 했다. 당시 언론 통제를 받던 사회 모습에 자연스럽게 중앙 언론에 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통제를 받아오던 타 언론들과 다르게 대학 언론은 검열을 교묘하게 피해 가며 발행을 멈추지 않았기에 정보전달자로서 역할을 다했다.

그러나 운동권이 점차 사그라들고 기술이 발전하며 사람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학보에 관한 관심은 점차 줄어드는 건 물론이고, 최근에는 학보의 존재조차 모르는 학생도 적지않다.

경남대학교 내 게시판에 학보가 게시되어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경남대학교 내 게시판에 학보가 게시되어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대학 언론의 위기 = 지난 3월 20일, 경남대학교의 대학 언론 기관 중 하나인 '경남대학보사'가 창간 66주년을 맞아 진행한 설문 조사를 보면 △학보의 존재를 알고 있다 63% △학보의 존재를 몰랐다 37%, △학보를 읽어보지 못했다 63% △학보를 읽어봤다 37%로, 학보가 존재하는 건 과반수 학생이 알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읽어본 이는 절반이 되지 못했다. 대학 언론을 인지하고 있다는 비율이 63%로 예상과는 다르게 높은 편이었지만 대학 언론의 전성기에 비하면 이조차도 턱없이 낮은 수치다.

학생들이 대학 언론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를 구성하는 학생 기자의 수로도 파악할 수 있다. 채워야 하는 학보 면의 수는 고정되어 있으나 이를 채울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 수는 턱없이 부족한 탓에, 학보를 읽다 보면 같은 기자 이름만 계속해 반복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끝없는 발행의 늪에 빠진 소수의 기자는 학업에 부진하게 되거나 결국 언론 활동을 그만두는 등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대학 언론의 인지도와 중요성이 낮아지니 자연스레 활동을 원하는 인력의 수도 함께 감소하는 것이다. 높은 경쟁률로 자체 언론 시험, 논술, 면접을 치른 뒤 제한된 인원수의 학생 기자를 선발해야 했던 모습도 지금의 대학 언론에는 그저 옛날이야기일 뿐이다. 한 학기에 10명이 채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많고, 지원자를 면접하는 것도 사실상 구애와 다를 게 없다. 어떻게든 구성원이 되도록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말들로 설득한다.

대부분은 '일정이 바쁘다'라는 이유로 지원을 하는 것을 망설이고, 실제로 지원했을지라도 면접 도중 포기를 선언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더군다나 설득당한 수습기자가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한 명에게 주어지는 많은 업무와 책임감 탓에 이른 시일 안에 활동 중단을 통보하게 된다. 그렇게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 채 적은 수의 기자들로 구성된 언론은 각자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활동을 이어간다.

◇학보를 읽지 않는 이유 = 학보를 읽지 않는 이유로는 더 이상 사람들이 종이 신문을 즐겨 읽지 않는 맥락과 유사하다. 기술이 발전하고 디지털 시대로 변하면서 개인 컴퓨터를 갖게 되고, 이를 이용해 정보 대부분은 인터넷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한 손에 들어오는 스마트폰 기술이 발전하며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자 종이 신문을 찾는 이는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를 학내 언론에도 적용해본다면 학생 스스로가 정보를 찾는 게 더 빠르고, 언론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비교적 제공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몇 번의 검열을 걸쳐 소개된 정보들은 이미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정보를 빠르게 얻기가 힘들었던 이전과는 다르게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면 원하는 정보를 습득할 수 있으니 긴 글이나 영상을 찾아보지 않는다. 만약 긴 글을 통해 정보를 습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래서 세 줄 요약 좀"이라며 타인이 정리해 준 짧은 글로 이해하고 마는 것이다. 이는 영상에도 같이 작용한다. 그래서 학보는 주로 긴 글로 이뤄진 탓에, 글을 읽기를 두려워하는 청년은 대학 언론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전국의 대학 내 언론은 급감한 학생들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에타를 사용해 홍보하거나 설문 조사를 하는 등 학생 친화적인 기사 및 콘텐츠를 제작하려 한다. 예시로 '망한 시간표 콘테스트'를 주제로 잡아 오로지 학생들의 참여로 이뤄진 특집 기사를 기획하는 거다. 학기마다 새로운 시간표를 짜야 하는 학생들에게 '나의 엉망인 시간표'나 타인의 '헬(hell) 시간표'를 공유해 흥미를 이끌게 된다. 관련 기사에 관한 학생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고, 더불어 대학 언론에 관해 알릴 기회가 되었다. 안타깝게도 구성원의 무수한 노력으로 일시적인 관심을 끌어오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지속해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새로운 제안이 필요하고, 그에 대한 고민을 멈출 수 없다. 그래서 제안으로 디지털 시대에 맞게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거나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다양한 콘텐츠 제공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학생들은 대학 언론의 중요성에 관해 인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대학 언론은 없어서는 안 될 기구임은 분명하다. 이전의 전성기를 다시 불러오기 위해 대학 언론은 각자의 위치에서 꾸준히 발전해야 한다. 주 독자 대상인 재학생의 공감을 일으킬만한 소재 선정은 물론이고, 끊임없이 소통해 대학 언론에 바라는 바를 충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독자인 학생들 역시 대학 언론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그들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로의 노력으로 대학 언론의 부흥기가 이른 시일 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정유정 시민기자(경남대학교 학생)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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