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상회] 창원 ‘빌리지 베이커리’ 이아영·이제임스 씨 부부

부드럽고, 달콤한 빵이 아니라, 딱딱하고 담백한 빵으로 동네에서 사랑받는 빵집이 있다. 창원 성산구 사파동에 있는 ‘빌리지 베이커리’다. 빵집은 화려한 조명 속에 예쁜 빵을 전시하기보다, 널찍한 제조실 등을 두고 빵을 충실하게 만들 수 있는 구조다.

2년 전 문을 연 이곳은 이아영(33) 대표가 러시아인 남편 이제임스(34) 씨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남편이 반죽을 해 두면, 이 대표가 빵 모양을 잡는 식이다.

27일 창원 '빌리지 베이커리' 이아영 대표(오른쪽)와 남편 이제임스 씨가 이날 오븐에서 구운 빵을 들어보이고 있다./우귀화 기자
27일 창원 '빌리지 베이커리' 이아영 대표(오른쪽)와 남편 이제임스 씨가 이날 오븐에서 구운 빵을 들어보이고 있다./우귀화 기자

대학에서 외식조리학을 전공하고 미국 호텔 요리 인턴십 등을 수료한 이 대표는 빵집을 열기 전 2018년 창원 상남동에서 브런치 카페를 차렸다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가게를 접었다. 그때 충주에 있던 친구를 찾았다. 친구는 당시에 사워도우(sourdough) 빵집을 막 열었다. 사워도우는 말 그대로 ‘신맛 나는 반죽’으로, 천연 발효종을 넣은 밀가루 반죽을 써 건강한 빵으로 알려졌다. 테이블 없이 테이크아웃으로만 빵을 팔았는데도, 인기가 많았다. 그곳에서 2년간 빵을 배워서 고향 창원에서 남편과 가게를 열었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사워도우, 치아바타, 바게트 등을 ‘식사빵’이라고 부른다. 보통 빵을 간식용으로 많이 먹다 보니, 주식으로 먹을 수 있다고 구분하려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며 “실제로 이런 빵들은 소화가 잘돼 주식으로 먹기에 좋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빵집을 하면서 한국 음식에 익숙지 않은 남편에게 주식으로 먹는 빵을 직접 만들어주게 돼서 기뻤다고 덧붙였다.

가게 한쪽에 사워도우 빵을 설명한 간판도 세워뒀다. ‘천연발효종, 유기농밀, 천일염, 물 30시간 이상 발효, 감칠맛 있는 산미와 깊은 풍미’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사워도우 빵에서 신맛이 나서, 처음에 일부 손님은 빵이 쉰 것 같다고도 항의(?)를 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손님들도 특유의 향에 곧 익숙해졌다.

이 대표는 “2017년 초에 미국 한 호텔에서 1년간 요리 인턴십을 할 때 사워도우 빵을 처음 접했다. 호텔 방에서 투숙객이 주문하면, 조리하는 일을 했다. 미국인들이 이 빵을 많이 주문했다. 그때 신맛 나는 빵을 왜 좋아하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자꾸 먹다 보니 진짜 맛있는 빵이란 걸 알게 됐다”며 웃었다.

부부는 천연발효종에다 밀가루, 소금, 물 3가지를 넣어서 씹을수록 쫀득한 식감을 만들어낸다.

발효에 이틀 정도 시간이 걸리기에 영업일도 조정했다. 월요일에 발효를 시작해서 수요일에 빵을 구워낼 수 있게 만든다. 그래서 이곳은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4일만 영업을 한다. 하루 영업을 위해 이틀 전부터 밑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주 4일 근무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온전히 쉬는 날은 일요일 단 하루뿐이다. 쉬는 날 미리 빵 발효를 해서 반죽 준비를 해둬야 하기 때문이다.

‘빌리지 베이커리’는 사워도우뿐만 아니라, 바게트, 치아바타도 만들어낸다. 3가지 종류 빵에 고구마, 치즈를 살짝 곁들이기도 하고, 바질, 토마토, 햄 등을 넣으면 샌드위치로 변신한다.

하루에 빵 300개 정도를 만드는데, 한결같은 원칙이 있다. ‘당일 만들어, 당일 판다’는 것이다. 영업일 4일 중 절반은 마감시간 전 오후 3~4시쯤에 빵이 다 팔린다. 발효 과정이 오래 걸리기에 추가로 당일에 빵을 더 만들 수는 없다.

'빌리지 베이커리'에서 만든 빵들./우귀화 기자
'빌리지 베이커리'에서 만든 빵들./우귀화 기자

“우리 집 빵이 좀 큰 편이에요. 크면 수분 보존이 잘되거든요. 빵이 클수록, 색이 진할수록 더 맛있어요. 유명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타르틴 베이커리 사워도우를 보면 새까매요. 우리는 그렇게 내놓으면, 거부 반응이 있을 수도 있어서 타협점을 찾아서 지금 형태(갈색)로 나가고 있어요.”(웃음)

러시아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남편은 이 대표와 함께 빵을 만드는 것을 뿌듯해하고 있다.

그는 “식사를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고려인 후손인 어머니 고국에서 좋은 빵을 만들고자 아내와 일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보통 영업일에 새벽 4시부터 빵을 만드는 부부는 “요즘 우리가 만드는 담백한 빵 인기가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을 느낀다. 전국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건강하고, 풍미가 깊은 빵을 꾸준히 좋은 품질로 잘 만들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우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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