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줄어든 행사·등교
하루 12시간 일해 3만 원 쥐는데
정부 재난지원금 40만 원 고작
최근 주변 폐업 소식 연이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세 번째 맞는 명절, 한가위입니다. 코로나19 이전과는 다른 추석이지만 그래도 명절입니다. 국민재난지원금을 지급받은 국민은 조금 설레기조차 합니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가슴 위에 무거운 바윗덩이 하나 올려놓은 것처럼 답답합니다. 버티고 버티던 어느 자영업자가 마지막으로 원룸 전세를 빼서 종업원 급여를 챙겨주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남 일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남도민일보>는 추석을 앞두고 우리 동네 가까운 곳에서 장사를 하는 우리 이웃, 자영업자들의 사연과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요즘은 온종일 문 열고 있어도 세탁물 들고 오는 사람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이래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습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문화동 옛 마산시장 관사 옆에서 '경마(慶馬)세탁소'를 운영하는 손소식(62) 씨의 한숨 섞인 말이다.

손 씨 부부는 1990년 경남대학교 앞에 처음 경마세탁소를 개업해 운영하다가 현재 자리로 옮겼다.

코로나19 이후 손 씨의 세탁소 매출은 급감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12만 원 이상 되던 매출이 지금은 3만 원 넘기기도 어려워졌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에 25명 정도 손님이 있었지만 지금은 몇 명이 고작이다. 장사가 잘되던 시절, 손 씨는 고달파도 그날 들어온 일은 그날 다 처리해냈다. 일이 힘들었지만 재미가 있었다. 지금은 아무리 일을 하고 싶고, 남보다 뛰어나다고 소문난 그 기술을 발휘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문을 열어놓아도 가뭄에 콩 나듯 띄엄띄엄 손님이 찾아올 뿐이다.

"행사가 있어야죠. 사람들이 모여서 맛있는 것도 먹으며 즐겨야 세탁소가 잘됩니다."

손 씨의 기술은 세탁업 중에서도 오점·오염 빼기 기술, 황변(노랗게 변하는 현상)을 잡는 데 특화돼 있다. 마산에서 소문이 나 있어 다른 동네 주민도 세탁물을 들고 일부러 찾아온다. 이런 기술에는 시간이 들고, 약품 사용이 필수적이라 가격을 더 받는다. 기본적인 때를 지워주는 세탁은 셔츠 한 장에 4000원이다.

▲ 손소식 사장이 15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문화동 경마세탁소에서 손님이 맡긴 옷을 다림질하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 손소식 사장이 15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문화동 경마세탁소에서 손님이 맡긴 옷을 다림질하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그런데 코로나19로 공공기관에서 하는 크고 작은 행사는 물론이고 민간 영역의 작은 행사, 회식, 모임 등이 대부분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이 때문에 옷에 음식물이나 이물질이 묻은 세탁물 발생도 크게 줄었다. 자연히 손 씨의 세탁소를 찾는 이들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마세탁소의 세탁비는 겨울에 입는 긴 겉옷은 1만 원, 일명 바바리코트는 다림질이 까다로워 1만 5000원이다. 겨울이 끝나면 맡겨야 하는데 이제는 크고 작은 행사가 없으니 대부분 등산복 같은 편안한 복장을 추구한다. 일상복에는 이물질이 묻어도 굳이 세탁소를 찾지 않으니 이 또한 손 씨를 힘들게 한다.

코로나19로 바뀐 명절 풍속도 한몫을 한다. 예전 명절이면 설빔, 추석빔도 하고 예쁜 한복도 갖춰 입었다. 한복 세탁비는 어린이 한복이 8000원, 성인 한복은 1만 5000원에서 3만 원이다. 명절 전후가 세탁소에서도 대목이었다. 코로나19 이후 두 번 명절 동안 입지 않은 한복은 옷장 속에 그대로 있다. 명절이라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유지되기 때문에 설빔, 한복 입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각급 학교 학생 등교일도 크게 줄었다. 교복은 고정적인 수입원이었지만 등교 일수가 줄어들자 교복을 세탁소에 맡기는 횟수도 줄었다. 이처럼 옷을 입는 특성, 계절에 따라 살펴보면 매출이 주는 이유가 드러난다.

코로나19로 세탁업 자영업자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40만 원이었다. 연매출 8000만 원 이하가 기준이다. 경남 도내에서 세탁업으로 연매출 1억 원이 넘는 곳은 많지 않다. 대부분 세탁업 종사자들은 40만 원을 받았을 것이다. 매출이 4분의 1로 줄어든 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이다.

손 씨는 "40만 원 받아서 공과금 내면 끝난다. 월세 부담도 덜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손 씨의 경마세탁소는 그나마 본인 소유여서 임대료 부담이 없다. 하지만 인근 세탁소 주인들은 사정이 다르다고 했다. 최근에는 폐업했다거나 폐업을 고민한다는 소식이 많이 전해진다고 했다.

손 씨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세탁업은 임대료가 많이 부담스러웠다. 세탁기계, 작업 공간을 확보하려면 8평 정도는 필요하다. 한 평에 3000만 원 정도 하는 값비싼 상가는 상상도 못 했다"라며 "겨우 해나가던 사람들이 코로나19까지 겹치고, 끝을 기약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 길어지니 어쩔 수 없이 폐업 수순을 밟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손 씨는 자신도 어렵지만 사정이 더 어려운 다른 세탁소를 걱정했다.

손 씨는 "설상가상으로 폐업도 돈이 없으면 못한다. 폐업하려면 평균 500만 원 정도 비용이 발생한다"라며 "정부의 폐업비용 지원 범위가 더 넓어져야 한다. 다른 정부 지원도 업소별·매출별 차별 없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