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성분 대신 천연 재료 활용
간접 향기로 스트레스 완화 효과
항균·보습력 갖춘 세안제 만들어

습기가 많은 여름철, 차량에 쓸 디퓨저를 구매했다가 머리가 어지러워 제대로 쓰지를 못했습니다. 성분을 들여다보니 벤질알코올·벤조페논·테르피네올 등 각종 화학 물질로 가득했습니다. 이런 물질은 기침·가슴 답답함을 유발하고, 장기간 노출되면 호흡기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아로마·산약초 등 자연재료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디퓨저와 비누를 만들 수 있는 공방을 찾았습니다. 지난 14일 김해시여성센터에 출강하고 있는 박가영(블레스영 천연공방) 대표 공방에서 일수업에 참여했습니다.

박가영 블레스영 천연공방 대표. /박정연 기자
박가영 블레스영 천연공방 대표. /박정연 기자

◇나만의 향을 찾아서 = 향은 여운을 남긴다. 오감 중 후각은 그에 동반하는 기억과 감정까지 같이 불러올 수 있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 주인공은 어느 카페에서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먹다가 알 수 없는 기쁨을 느끼는데 어릴적 고향에서 먹던 마들렌 향기를 떠올린다. 이렇듯 향기를 매개로 추억을 떠올리는 심리학적 반응을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일컫는다. 또한 진화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후각은 우리 주위에 위험·독성 물질이 있다는 것을 경고해 주는 생존에 유용한 감각에 속한다.

디퓨저나 향수 원료가 되는 액체성 원액, 40여 개 갈색병에 각각 담겨있다. 박가영 블레스영 천연공방 대표가 수강생이 마음에 드는 향을 고를 수 있도록 시향법을 설명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디퓨저나 향수 원료가 되는 액체성 원액, 40여 개 갈색병에 각각 담겨있다. 박가영 대표가 수강생이 마음에 드는 향을 고를 수 있도록 시향법을 설명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평소 어떤 향을 좋아하나요’라는 질문으로 디퓨저 만들기 수업이 시작됐다. 평소 향수를 즐겨 쓰지 않다 보니 어떤 향을 좋아하는 줄도 몰랐다. 박가영 대표는 질문 범위를 좁혀가며 시향을 도왔다. 실험하듯이 좋아하는 향 찾기에 나섰다. 공방 한쪽 벽에 채워진 갈색병 40여 개, 모두 향을 만드는 액체성 원액이다. 병마다 향을 좌우하는 원액 이름이 적혀있는데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다. 디퓨저나 향수 원료가 되는 액체, 이는 재료나 밀도에 따라 각각 성질도 다르다. 첫 향이 좋은 향부터 오래 남는 잔향이 더 매력적인 향까지 무궁무진했다. 각각의 향을 맡다 보니 꽃 향보다 풀·나무향에 끌렸다. 기분이 좋아지는 3가지 향의 원액(갈색병)을 골랐다.

“중성적인 향을 좋아하는 분이군요. ‘아쿠아아이스’와 ‘버버리블루’는 공기청정에 효과적이고 ‘빅토리아시크릿참’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최종적으로 고른 3가지 향을 블렌딩해서 쓰는데, 비율은 2:1:1로 선호하는 향 순서대로 수강생이 정하면 됩니다.”

선택한 3가지 향 원액을 식물성 에탄올에 희석해 디퓨저 내용물을 만들고 있다.  /블레스영 천연공방
선택한 3가지 향 원액을 식물성 에탄올에 희석해 디퓨저 내용물을 만들고 있다. /블레스영 천연공방

비커에 향을 희석해 줄 에탄올을 붓고, 앞서 고른 향을 스포이트를 활용해 비율에 맞게 떨어뜨리고 잘 저어서 섞는다. 작은 깔때기를 활용해 별도의 용기에 부어 보관하고 1~2주 정도 숙성시킨 후 사용하면 된다. 투명한 공병을 소독하고 마음에 드는 색 리본을 골라 병 입구 부분에 묶어 장식하면 나만의 향을 담은 디퓨저 만들기 종착점에 도착한다.

“향은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을 줍니다. 흔히 스트레스를 일종의 감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리 몸의 생리적 변화를 유발합니다. 몸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반응하는데 하나는 신경계 반응이고 하나는 호르몬 반응입니다. 최근 방송 영향으로 향기 요법 등이 각광받고 있는데 각종 질환이 있는 분은 피해야 하는 향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고 전문가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취사 선택한 향으로 완성한 천연 디퓨저. /박정연 기자

◇성분을 알고 만드는 비누 = 폼 클렌징과 이별한 지 6개월이 넘었다. 우연한 기회에 천연 비누를 선물 받았는데 세안 후 땅김이 없어 만족스러웠다. 풀 냄새 같은 은은한 향도 좋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비누 만들기에 도전했다.

천연공방을 차린 지 5년이 넘었다는 박 대표는 점점 더 비누를 직접 만들어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아이뿐 아니라 성인도 아토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영향을 받는 존재니까요. 어느덧 ‘잠을 잘 잔다’는 고객 후기를 들으면 가장 만족합니다. 아토피를 겪는 분들은 가려움증 때문에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자극이 덜하고 보습이 좋은 천연 재료로 만든 비누·화장품을 쓰기 시작하면 화학제품을 쓰기 어려워 합니다.”

천연비누 만들기에 앞서 피부 타입에 맞는 재료 선택이 다가왔다. 복합성 피부 타입에 따라 우선 군청색의 청대가루를 골랐다. 쪽이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것으로 모낭충 등 세균번식을 막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어 보습에 좋은 녹차·화산송이 가루를 선택했다. 다음으로 향을 좌우할 아로마 오일 2가지를 골랐다. 라벤더는 독성을 중화하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고, 시더우드는 ‘평화의 오일’로 불리는데 진정 효과에 탁월하다고 한다.

비누 만들기 출발은 피부 타입에 맞게 들어갈 천연 재료 선택부터 시작한다. /박정연 기자
비누 만들기 출발은 피부 타입에 맞게 들어갈 천연 재료 선택부터 시작한다. /박정연 기자
비누베이스를 중탕해서 녹인 후 천연재료를 섞고 틀에 부어 굳힌다. /박정연 기자
비누베이스를 중탕해서 녹인 후 천연재료를 섞고 틀에 부어 굳힌다. /박정연 기자
녹차와 청대가루, 라벤더와 시더우드 아로마 오일이 들어간 천연비누 완성. /박정연 기자
녹차와 청대가루, 라벤더와 시더우드 아로마 오일이 들어간 천연비누 완성. /박정연 기자

재료를 골랐으니 만들기 시작. ①글리세린과 히알루론산 성분의 비누베이스를 깍둑썰기 한다 ②열을 가해 중탕해서 녹인다 ③앞서 고른 천연 재료를 추가해서 섞는다 ④틀에 부어 굳힌다. 30~40분 정도 지나면 완성이다.

“비누는 바로 사용해도 되고 이틀 정도 숙성해서 사용하면 더 좋습니다. 손을 씻거나 세안을 하거나 온몸을 씻거나 상관없습니다. 써보면 알겠지만 피부 자극도 덜하고 헹구는 시간도 적게 걸립니다. 무엇보다 자연에 덜 미안한 세안제를 사용한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박정연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