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개업 지난해 진해 이전
로망스 IPA·창워너바이세 등
명소·특산물 활용한 제품 생산

상생 프로젝트 '다이너마이트'
정원·옥상 주변 가게와 공유
협업 통해 상권 활성화 계획

제인창(42) 다이노 브루잉 대표는 "창원시 산세와 다이노브루잉 로고 모양이 닮아있다"며 웃었다. 그는 "창원에 야구가 NC다이노스라면 창원 맥주엔 다이노가 있길 바라며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제 대표는 진해에서 태어나 중학생 때까지 생활했다. 독일에 본사를 둔 자동차 생산 기업에서 일했다. 수제맥주 성지라 불러도 다름없는 독일에서 맥주의 매력에 빠졌다. 그는 고향인 창원에서 수제맥주를 깊이있게 다뤄보고 또 수제맥주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 성산구 상남동에 '브라이트 브루잉'으로 문을 열었다. 빛나는 창원 슬로건이 한창 떠오를 2017년이었다.

그리고 몇 년 후 다이노 브루잉으로 이름을 바꿨다. 생각보다 기억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서였다. 창원의 대표맥주가 되고 싶기도 했다. 

그런 그가 성산구 상남동에서 진해구 화천동으로 이전한지 1년이 지났다.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이노브루잉 문을 연다.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 그가 지역을 고집하는 이유를 지난 23일에 만나 물어봤다. 

창원시 진해구 화천동에 있는 '다이노브루잉' 심벌·로고. 공룡 주변에 있는 별 3개는 각각 마산, 진해, 창원을 나타낸다. /다이노브루잉
창원시 진해구 화천동에 있는 '다이노브루잉' 심벌·로고. 공룡 주변에 있는 별 3개는 각각 마산, 진해, 창원을 나타낸다. /다이노브루잉

◇지역명 달고 수제맥주 생산에 몰두 = 진해로 이전할 때즈음 구상해 둔 술을 내놓았다. 로망스 아이피에이(IPA) 버전 2다. 알코올 함유량은 6%로 높은 편이다. 밀크쉐이크와 흡사한 풍미와 달콤함이 있다고 한다. 진해에 있는 로망스다리를 연상해 만들었다. 버전 2가 있다는 건 버전 1이 있었다는 의미다. 제 대표는 이럴 때 손님들과 소통한다. 버전 1을 찾는 이유, 인기있는 지점을 따진다. 맥주를 출시했어도 연구·개발은 계속된다.

제 대표는 계속해서 맥주를 돌본다. 생산하더라도 온도 등을 꾸준히 관리한다. 전량 소진될 때까지 생산에 매달리고 있다. 하루에 14시간 씩 노동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이노 브루잉을 여는 시간이 오후 5시라 지인들은 오전에 한갓진 생활을 하는 줄 안단다. 제 대표는 "자동차 제조업에 비유하면 생산, 판매, 영업, 구매, 설계 등을 저 혼자서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맥주에 전념할 수 있는 인재를 채용할 수 없을까? 제 대표는 '인력난'을 언급했다. 그는 "유명하거나 규모가 큰 양조장이 서울, 경기도에 집중해 있으니 인력도 다 수도권에 집중해있다"고 말했다. 

창워너바이세 또한 비슷한 사연이 있는 맥주다. 

사워(SOUR) 맥주는 대중적인 맥주종류는 아니다. 하지만 다이노 브루잉에서 '보물섬'은 재구매율이 높은 사워 맥주다. 

수제맥주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제 대표 생각 아래 보물섬을 뒤 이을 사워 수제맥주를 생산했다. 창원 참다래를 이용한 '창워너바이세'다. 베를리너 바이세(Berliner Weisse)를 활용한 방식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양조하는 밀맥주로 산미가 특징이다. 창워너바이세는 참다래를 넣어 산미를 강조했다.

창워너바이세는 2020년 국제상업맥주대회(KIBA)에서 동메달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로 매장에서 활발한 판매로 이어지지 않았다. 산미 담긴 맥주를 받아들이지 못한걸까. 제 대표는 창워너바이세를 묵혀두는 대신 심사평을 다시 들여다봤다. 맛과 향기, 탄산 부분을 수정·보완해 창워너바이세를 출시했다. 2023년 국제상업맥주대회에서 은메달을 수상하면서 한 단계 성장을 몸소 보였다.

창워너바이세는 현재 계절 상품으로로 즐길 수 있다. 사워 맥주라 해서 산미만 있는 게 아니다. 참다래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단맛을 살렸다. 맛이 다채롭고 새로워 곁들일 음식이 필요하지 않다. 알코올 함유량은 3.4%다. 

제인창 다이노브루잉 대표는 다이노브루잉 제품들이 창원 대표맥주가 되기를 바란다. /주성희 기자
제인창 다이노브루잉 대표는 다이노브루잉 제품들이 창원 대표맥주가 되기를 바란다. /주성희 기자

◇진해에서 지역상생 = 다이노 브루잉은 창원에서 상권이 가장 활발하고 집중된 성산구 상남동에 있었다. 2021년 7월 진해구 화천동으로 오기로 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그 시기에 다른 업종에서 일을 하거나 서울로 갈 수 있는 제안과 기회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제 대표는 진해구로 마음을 굳혔다. 그가 바라는 다이노브루잉이 상남동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는 "양조장이 있으면서 한쪽에서 재즈, 락 등 공연이 펼쳐지는 곳이 다이노브루잉이다"라고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문화를 공유하고 싶은 그는 넘쳐나는 맥주가게 중 한 군데로 전락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진해구 화천동 건물을 보고 적합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다이노브루잉과 그 주변 건물은 뼈대와 원형을 그대로 두고 내부를 새롭게 단장했다. 새로운 건물을 지어서 입주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제 대표가 반대했다. "다른 상업지역, 상권과 다를 바 없는 곳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화천동을 다양함으로 채우고 싶다. 건물 원형을 그대로 살리고 살려 화천동 매력을 돋보이게끔 하려 한다. 다이노 브루잉 앞 정원과 지붕은 다른 상점과 같이 사용할 계획이다. 제 대표는 "파스타를 사와서 비어가든에서 먹어도 되고, 커피를 옥상에서 마실 수 있게끔 해두었다"고 말했다. 그가 당장할 수 있는 상생이다. 

제 대표는 창원에서 맥주 축제를 만들고 싶다. 당장 하나의 거리를 다 채울 수 없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지역에 마음이 맞는 요식업 종사자를 만난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 구이 전문점이라면 구이류 포장제품을 판매한다. 가게 앞에서 다이노 브루잉 수제맥주를 선보인다. 한쪽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이질감이 있을 수 있는 수제맥주에 친근하게 다가가고 지역 상권에 활력을 준다.

이런 움직임을 '다이너마이트'라 부른다. 다이노(Dino)와 메이트(mate·친구)를 결합해 만든 명칭이다. 

제 대표는 당장 큰 돈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지역과 동네가 다같이 잘 사는 곳을 꿈꾼다. 

제 대표는 "창원 대표 맥주는 '다이노 브루잉'이 되게끔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제조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주성희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