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준비하며 다종다양한 성차별과 무례함을 보거나 겪었지만 그 중 가장 황당했던 건 '혼인 서약'이었다. 주례 없는 결혼식이라 혼인 서약을 낭독하기로 했는데 예식장에서 예시라고 보내준 것이 가관이었다. '아침밥은 꼭 챙겨주겠습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여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겠습니다', '아빠 닮은 붕어빵을 만들어 황금 잉어로 키워보겠습니다'. 이런 문구가 조선시대도 아니고 2024년에 신부가 신랑에게 하는 약속의 예시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참고로 신랑이 신부에게 하는 약속은 '하루 한 번 이상 애정 표현을 하겠습니다', '아내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남편이 되겠습니다'였다. 그리하여 짝꿍과 혼인 서약을 처음부터 다시 썼다. 이 시대의 결혼이란 무엇인가 한참 생각하면서.

/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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