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일본에 갔을 때 인상 깊었던 풍경이 있다. 직장 동료로 추정되는 남성 두 명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은 재떨이가 설치된 흡연구역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담배를 피웠다. 둘은 각자 재킷 안에서 은색 작은 케이스(휴대용 재떨이)를 꺼냈고 이내 자신들이 피운 담배꽁초를 집어넣은 뒤 자리를 떴다. 바닥에 침 한 번 뱉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재떨이가 설치돼 있는 곳이었는데 구태여 각자 소지한 휴대용 재떨이에 담배꽁초를 넣어 가는 그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유난히 깨끗한 일본 길거리는 이 작은 배려로 시작된 것이리라.

늦은 퇴근길, 맞은편 버스정류장 지붕 위에 누군가 버린 게 분명한 쓰레기 봉지가 며칠째 놓여있다. 구태여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한 저 마음이 미워서인지 몇 해 전 풍경이 자꾸 떠올랐다.

/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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