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출범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 역할 톡톡
2년 6개월간 1128곳, 2033회 마을공동체 지원
"개발사업보다 공동체 지원금 투자가 더 효과적"

"경남 시·군을 찾아다니면서 문득 느낀 게 있어요. 잘되는 마을에는 빈집이 없다는 것. 지역소멸 문제도 시골 마을이 잘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 아닐까요?"

윤인숙 경상남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에게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경남도가 진행 중인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이 궁금해 질문을 던졌는데, 한국사회의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지역소멸 해법까지 툭 튀어나왔다.

마을과 공동체, 잊혀진 이야기들이다. 잘 사는 마을, 행복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2020년 4월 출범한 경남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 그리고 직원 6명, 공동체협력지원가 35명이 그들이다.

이들은 마을공동체를 발굴하고 지원해 활성화하는 일을 한다. 경남 18개 시·군을 찾아 마을공동체의 중요성을 알리는 '마을공동체포럼'을 열고, 마을조사와 연구사업도 한다. 공동체 전문가를 키우기 위해 공동체협력지원가 양성사업도 한다. '찾아가는 마을학교'에서는 마을 의제를 발굴하고 마을계획을 수립하는 교육프로그램 공모도 소개하고 특화모델을 만들기 위해 마을공동체 활동사례 경진대회도 연다. 경남도가 중요한 의제로 삼아 뒷받침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윤 센터장은 "저희는 마을공동체를 씨앗기, 활동기, 열매기로 나뉘어요. 씨앗기는 공동체를 만드는 시기고, 활동기는 마을 공모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한 시기, 열매기는 두 개 이상의 공동체가 모여서 사업을 같이 하는 시기죠"라고 했다.

씨앗을 뿌리는 것을 시작으로 키우고 열매를 따는 일까지 도맡는다. 마을의 모든 일을 여기서 한다.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활동을 시작한 지, 2년 6개월 남짓. 센터도 이제 씨앗기에서 활동기로 막 접어들어 열매를 맺을 때까지 달려갈 채비에 한창이다.

윤인숙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
윤인숙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마을들이 점점 아파트로 변하면서 개별화되고, 각자도생이 되어버렸어요. 농촌조차도 공동체 활동이 희박해지고 각자도생을 하는 것 같아요. 자립도 자치도 안되는 것이죠. 그래서 마을공동체를 발굴하고 성장시켜보자는 생각으로 경남도의 지원을 받아 센터를 만들고 행정과 연대해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마을공동체는 왜 중요하죠?

"고립되고 병 들고 가난해지는 연쇄 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행정의 힘 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듭니다. 마을공동체가 잘 운영되고 있는 거창 빙기실마을(농림축산식품부 주최 행복마을 대회 대상)을 예로 들어 볼께요. 이 마을의 한 할머니가 혼자 사시다 돌아가셨는데 며칠간 발견이 안된 거에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이렇게 살면 안된다고 생각을 모아서 서로 돌보는 시스템을 만듭니다. 이어서 소득사업도 하고 마을요양원을 만드는 꿈도 꿨죠. 건물을 짓고 공동식당과 숙소를 만들고 마을 사람이 요양사가 되자는 계획을 세운 거죠. 이처럼 마을공동체는 마을의 문제는 물론 복지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도시도 마찬가지죠. 행정의 힘만으로는 안 되니 상호 부조 시스템을 갖춰 무엇보다 재밌게 살자는 거죠."

경남도 마을공동체 사업의 수요는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경남도가 추진하는 마을공동체사업에 2020년 48개 단체, 2021년 58개 단체, 올해 78개 단체가 선정됐다. 올해 신청자는 200곳을 넘었다.센터는 그간 22개 유관기관과 15개 마을공동체활동지원 조직과 협업해 1128곳, 2033회 마을공동체 지원을 했다. 주민 5418명이 여기에 참여했다. 어려운 일도 많았다. 첫해 5명으로 시작해서 아무런 경험없이 주민들을 찾아다녔다. 센터에서 키워낸 지원가들의 고충이 컸다.

공동체협력지원가 활동 모습.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
공동체협력지원가 활동 모습.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요.

"마을공동체 사업은 행정과, 도시건축과, 농촌정책과 등 경남도의 다양한 부서와 연결돼 있어요. 주민자치회, 아파트 공동체, 어촌뉴딜 주민협의체 등을 지원하고 농촌개발사업 모니터링도 합니다. 첫해에 지원가들이 무조건 마을로 갔는데, 현장 경험이 없으니 무척 힘들어 했어요.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었죠(웃음). 어쩌면 사지에 몰아넣다보니 역량이 크게 성장했어요. 저도 연구원 출신이지만, 지원가들이 교수나 연구원보다 현장을 더 잘 알거에요. 올해는 하동군 공무원들이 지원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주민자치회 교육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시·군을 찾아서 컨설팅이나 교육도 연간 10회 내외로 진행하고 있어요. 지원가들이 주민자치회에 대한 이해가 누구보다 뛰어나서 만족도가 높습니다. 마을공동체는 마을 단위, 주민자치회는 동읍면 단위입니다. 주민자치회의 역할을 설명하고 의제나 사업 발굴을 돕는 일도 해요. 그 과정을 거쳐 마을계획이 수립되면, 총회를 거쳐서 우선순위 결정하고 회의를 진행하는 기법 같은 것도 교육하고 있어요."

이같은 활동으로 마을사업에 참여하는 공동체의 양적, 질적 성장도 이룰 수 있었다. 공동체 공모사업 참여모임이 340% 늘었고, 주민자치회 활동지원으로 자치위원의 자치활동 참여율, 주민참여 예산제안건수도 대폭 증가했다.

-주민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행정기관에서 사업공고를 내고 주민들이 방법을 모를 때, 도나 시·군에 전화하면 공무원들이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잖아요. 또 주민들은 행정용어를 잘 이해하지 못해요. 그때 센터 직원들이나 지원가가 중간에 서서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사업을 도와줍니다. 행정에는 주민들의 말을 전달하고요. 주민과 행정의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주민들 만나면 행정을 대변하고, 행정을 만나면 주민 대변한다고 한 소리도 듣지만(웃음), 주민 의견에 공감하고 해결해주고, 행정 나름의 어려움도 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경남도 공동체활성화 주민공모사업 중간공유회 교류활동 지원.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
경남도 공동체활성화 주민공모사업 중간공유회 교류활동 지원.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일하고 있나요.

"무엇보다 18개 시·군 곳곳에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죠. 농촌에 마을은 있지만, 주민들의 자치와 자립 능력이 크다고 볼 수는 없어요. 잘 사는 마을이 돼야 지역소멸, 인구소멸도 안 됩니다. 잘되는 마을에는 빈집이 없어요. 화합 잘하고 살기 좋은 마을로 소문이 나면 빈집 문제도 해결되더라고요. 지역소멸 문제도 시골 마을이 잘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 아닐까요. 개발사업만 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큰 건물을 지어놨는데, 공동체가 잘 안되면 그 건물마저 텅 비어버립니다. 하드웨어 위주의 정책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공동체가 잘 되는 마을에 지원금을 주는 것이 더 나은 방향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례로 어떤 마을은 마을의 빈방들을 모아서 마을호텔을 만드는 사업을 하고 있어요. 어떤 마을은 황무지 땅을 개간해서 꽃동산을 만들기도 하고요. 그런 마을이라면 누구나 귀촌이나 귀향하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올해 어떤 일을 할 계획인가요.

"하반기에는 할 일이 정말 많아요. 마을활동가 교육양성 과정 있고, 찾아가는 공동체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배치하는 마을학교라는 사업도 있어요. 10월에는 주민자치회 간부들의 실무역량을 키워주는 공동체포럼도 동부, 서부로 나눠 엽니다. 11월에는 마을 경연대회도 있어요. 할 일은 많이 쌓여있어요."

/민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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