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회의서 인상폭·시기 부적정 의견
"지하철 이용 못하는 도민 처지 고려를"
31일 소비자정책위원회 회의서 검토
3개 안 중 1개 선택이나 재논의 가능성

경남도 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 택시비 기본요금 인상안(3300원→4000원)이 그대로 통과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가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31일 예정된 인상안 결정을 뒤로 미룰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30일 올해 처음 열린 도민회의(도민 16명 참여)에서 ‘택시요금 인상 폭을 낮추고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요구에 “최근 난방비 등 물가가 너무 올라 저도 걱정”이라며 “택시요금 인상 부분 역시 시기 등을 조절할 수 있을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30일 올해부터 매달 마지막주 열기로 한 첫 번째 도민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경남도

김영삼 도 교통건설국장은 “내일(31일) 열릴 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 인상 시기를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그 부분은 다시 별도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서민에게 물가 인상은 굉장히 중요하고 생활에 부담이 많이 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도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택시비 인상 시기나 폭을 결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도는 지난 2일 ‘새해 도민과의 대화’에서 택시업계의 인상 요청을 받고 3300원에서 4000원으로 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어 소비자정책위에서 기본요금 인상과 단위 시간·거리당 요금 인상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 박 지사의 검토 지시와 김 국장의 긍정 발언이 나오면서 경남 택시요금은 당분간 인상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소비자정책위에서 인상안이 통과더라도 인상 시기를 정하는 것은 도지사 권한이다. 문제는 인상 폭이다. 이날 도민회의에서 대도시보다 인상 폭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윤기 마산YMCA 사무총장은 ‘지하철이 없는 경남의 특성상 택시비 인상은 대도시보다 그 체감도와 타격이 크다’는 이유를 들며 부산시보다 낮게 기본요금을 책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하철이 있는 부산과 비교해 교통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남에서 그보다 비싼 4000원으로 기본요금을 올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논리다. 부산시는 지난달 택시 기본요금을 3300원에서 3800원으로 500원 올렸다.

이 사무총장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은 택시요금이 오르면 택시 대신 지하철을 타면 된다”며 “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택시보다 목적지에 닿는 시간 차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처럼 택시와 지하철이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면 괜찮겠지만 그 차이가 심해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라며 “국비로 운영하는 지하철 혜택을 보는 부산보다는 택시요금이 낮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 소비자정책위는 31일 열린다. 위원회에 3개 안이 올라가 있다. 용역안·경남도안·택시업계안이다. 용역안은 물가상승률 18.8%를 반영해 기본요금을 3800원으로 했으나 시간·거리당 추가 요금 폭이 매우 크다. 경남도안은 이를 고려해 시간·거리당 추가요금을 낮추고 기본요금을 4000원으로 했다. 택시업계는 기본요금이 최소 4200원이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도 교통건설국 담당자는 “용역안은 미터기 요금이 오르는 속도가 빨라 도민 체감도가 훨씬 커 기본요금 4000원으로 경남도안이 제시된 것”이라며 “(도민의회에서 인상폭을 더 낮춰야 한다는 제안이 나와)도가 제시한 안이 그대로 통과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도 소비자정책위원장은 행정부지사다. 여기에 도 국장 5명, 유관기관 4명, 도의회 1명, 학계 1명, 공인회계사 1명, 경제단체 1명, 소비자단체 10명, 여성단체 1명 등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도와 YMCA 등 소비자단체가 마음만 먹는다면 인상 폭을 재조정할 수 있다. 31일 3개 안 중 1개를 선택할지, 아니면 다음 회기로 넘겨 다른 안을 도출해 재논의를 이어갈지 이목이 쏠리는 까닭이다.

/민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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