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회의서 '제대로 된 원인 파악' 제안
현재까지 저출생 대책 예산 380조 투입
1인당 5800만 원 달하지만 효과 미미
학대 피해 남성 쉼터 등 다양한 제안도

경남 미혼 청년이나 기혼 청년 1000명 이상을 심층 면접조사해 경남도만의 저출생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색다른 제안이 나왔다.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올해부터 매달 마지막주 열기로 한 첫 번째 도민회의에서다. 30일 오전 도 실국본부장들이 매주 월요일 회의를 하던 도청 도정회의실에 농업·환경·노동·교육·방위산업·관광·경제·복지·인구·청년·문화예술 등 각 분야 도민 16명이 참석했다.

박 지사는 인사말에 이어 도민회의에 참가한 도민 제안과 지적이 이어졌다. 그 중 눈길을 끈 것이 실효성 있는 저출생 대책이었다. 수백 조 원이 투입됐는데도 저출생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원인 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부터 매월 마지막주 열기로한 경남도 주최 첫 번째 도민회의가 30일 오전 도청 도정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경남도  

강창덕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장은 “2006년 저출생 예산이 처음으로 편성돼 지난해까지 380조 2000억 원이 편성됐다”며 “1인당 5800만 원가량 예산이 투입됐지만 출산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자리, 육아 등의 문제가 거론되지만 실질적으로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 이유를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경남도가 결혼 적령기에 있는 청년 혹은 결혼을 한 청년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왜 결혼을 하지 않는지, 결혼을 하고도 아이를 낳지 않는지를 묻는 심층 면접조사를 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박 지사는 이에 “수백 조 원을 투입하는 것으로는 근본대책이 되질 않는다는데 동의한다. 정부가 가장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 인구 문제이고 산업현장에서도 노동 절벽 현상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심층 면접이나 당사자 이야기를 듣고 도 차원에서 대책을 한번 세우는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복지·노동 분야에서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리사 도입, 학대 남성 장애인 쉼터 마련,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과 화합을 위한 워크숍 개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경 분야에서는 낙동강습지생태벨트 복원으로 홍수터를 확보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송정문 경남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은 “학대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경남에 여성 피해 장애인과 아동 피해 장애인이 피할 수 있는 쉼터는 마련돼 있지만 남성 장애인 학대 피해자 쉼터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노동 분야에서 남성 피해자가 더 많다. 남성 학대 피해자 쉼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이인식 우포자연학교 교장은 “2018년 ‘낙동강 습지 생태벨트’, 즉 우포늪-주남저수지-화포천 같은 자연자산을 환경부가 연안처럼 통합 관리하며 특징적인 사업을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며 “우포늪에는 홍수터(많은 물이 유입될 때 이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곳) 30만 평 정도를 복원해 야생동물 공원 같은 것을 만들어 활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낙동강 습지 벨트를 완성하기 위한 초기 단계로 홍수터를 확보하려면 많은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실국 차원으로는 안 되니 도 차원에서 노력해 달라”고 밝혔다.

황미화 함안군 지역사회보장대표협의체 민간위원장은 “중학교 때 성폭행을 당해 15년간 집에서만 지내며 고립된 생활을 하는 분이 있었는데 다행히 12월에 발견돼 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를 받고 있다”며 “유사한 사례가 경남뿐만 아니라 전국에 굉장히 많다”고 밝혔다. 이어 “공적인 조직 내에서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전담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관리사 도입을 제안한다. 퇴직한 사회복지분야 공무원 등을 채용해 발굴에 나서면 큰 효과가 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밖에도 경남도 복지전담연구소 설립, 청년 대중교통비 지원, 도청 누리집에 중대재해 수치 공개, 농업 커뮤니티 지원사업 조건 완화, 도 차원의 통합적인 남해안 섬 개발, 국립 청소년 수련시설 유치, 대학-기업 연계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등 다양한 제안이 나왔다.

박 지사는 “도민은 도정의 주인이자 고객”이라며 “고객과 주인의 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도정을 바르게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민을 모시고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기회를 갖고자 이 자리를 만들었다”며 “도정에 관한 평소 생각은 물론 쓴소리도 들어 도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민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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